중기제품 판로 개척위해 개설했지만 기존 13곳 중 2곳 빼고는 매출 부진

이곳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중소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매장 가운데 하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왕래가 많은 상권 및 주요 교통거점에 매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3억 원의 정부 예산을 들여 지난해 5월 문을 연 명동 정책매장은 월 임차료만 5800만 원에 이르지만 지난해 월평균 28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개점 당시 정부는 “한 해 700여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명동에 전용 판매장을 만들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4월 관광공사 본사 지하에 33m²(약 10평) 규모로 문을 연 정책매장도 지난해 1∼9월 총 매출이 700만 원으로 월평균 매출 100만 원도 안 됐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 등 두 차례 이곳 매장을 찾아 각각 1시간 가까이 판매 현황을 지켜봤지만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32개 중소기업이 생산한 295가지 우수 제품을 판매 중”이라고 밝혔지만 매장 안에는 케이팝(K-pop) 관련 사진이나 엽서, 음반 정도만 진열돼 있었다.
인천경제통상진흥원 매장은 지난해 1∼9월 총 13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매장 관계자는 “손님이 없을 때는 온종일 두세 명만 가게를 찾는 것이 전부”라며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상점이었다면 일찌감치 폐업하고도 남을 만한 실적이다.
대부분의 정책매장이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매출 수수료 외에도 임차료를 나눠 부담하고 있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매장의 수수료율은 44%에 달했고 인천공항면세점은 30%, 한국고속철도 KTX 부산역사는 27%에 이른다. 공공기관과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은 15∼25%다. 일반적으로 유명 백화점 입점업체 수수료율도 30∼40%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홍기 마케팅처장은 “홍보가 1차 목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는 것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 가운데 지금까지 불만을 나타내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매장 늘리기에 나설 게 아니라 매장 홍보 및 후속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존 매장의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기존 매장이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매장을 늘리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정책매장의 매출 부진에 대한 원인 점검과 매장 안정화, 활성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규동 인턴기자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