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원세훈 무죄땐 정권퇴진”… 문병호 “특검 안되면 국회 보이콧” 지도부 “일부 주장” 긴급진화 나서
민주당이 주요 당직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잇단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이 좌충우돌식 발언을 쏟아내 역풍을 불렀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노웅래 사무총장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청장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마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터에 핵심인 사무총장이 정권 퇴진 주장을 재점화한 것이다. 더구나 사무총장은 6·4지방선거 전략과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선 불복 논란이 확산되자 김 대표와 가까운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간담회를 열어 “특별검사는 대선을 다시 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진퇴를 논의하자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진화에 주력했다. 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 등이 아무리 ‘특검론은 대선 불복이 아니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문 의원은 국회에서 ‘특검의 시기와 범위는 계속 논의한다’고 돼 있는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간 지난해 12월 3일 합의문을 거론하면서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특검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회담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과 국회 의사 일정에 관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 당내에서는 “같은 사안으로 두 번 기소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이 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도 않고, 국회를 파행할 경우 여론의 역풍만 맞게 될 게 뻔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 영남에서 민심투어를 벌인 김 대표도 부산에서 문 의원의 발언을 전해 듣고 “국회 보이콧 카드는 극히 일부의 주장일 뿐 당내 다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상경하자마자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주재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국회인데 왜 보이콧하나. 대정부질문 등을 활용해 권력의 수사방해 문제를 더 강력하게 질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선 특검을 관철시킬 뚜렷한 묘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특검 딜레마’에 갇힌 형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배혜림 beh@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