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5000m 경기에서 각국 사진기자들이 사진 촬영과 전송을 동시에 하고 있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지금 기자는 겨울올림픽 취재를 위해 러시아 소치에 있다. 이번 올림픽에 사진기자를 파견한 한국 매체는 3개의 종합신문과 2개의 스포츠신문, 3개의 통신사와 3개의 인터넷 매체이다. 1개의 통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1사 1인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중요한 이벤트와 경기에 대해서는 취재진을 선별해 출입시키고 있다. 개·폐회식, 남자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등이 이에 해당된다. AP AFP 로이터 게티이미지 등 세계 유수 통신사와 큰 신문사에 우선권이 간다. 그 후 국가별로 티켓이 할당된다. 한국에 할당된 개막식 리허설과 피겨 여자 단체전 티켓은 2장. 11개 매체가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여러 매체 기자들끼리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의 사진기자들은 소치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양쪽 어깨에 망원렌즈와 노트북 가방을 메고 경기장 곳곳을 돌며 취재한다. 현장 스케치도 빠뜨려선 안 된다. 경기 중간 중간에는 ‘느려 터진’ 인터넷을 이용해 서울로 사진을 전송한다.
한국의 대형 포털 사이트는 ‘소치2014’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여기 와 있는 한국 사진기자 절반 이상이 이 코너에 가장 먼저 사진과 기사를 올리라는 회사 측의 요구를 받고 있다. 기자들은 이 포털 사이트를 ‘슈퍼 갑(甲)’이라 부른다.
8일 밤(현지 시간) 이승훈의 5000m 경기 도중 한 기자의 SNS 경보음이 연신 울렸다. 서울에서 ‘모종’의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그 사진기자는 갑자기 카메라를 관중석으로 돌렸다. 평창조직위원회의 홍보 풍선을 들고 있는 서양 아이 2명의 웃는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다.
외국 기자들은 이런 한국 기자를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올림픽이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1025장의 사진을 서울로 전송한 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크레이지(crazy)’를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빨리빨리’가 숙명이 돼버린 한국 사진기자들은 ‘라이브 중계’를 위해 오늘도 수십 번의 데드라인을 넘고 있다. 선수들의 긴장감이 이보다 더할까. 그래도 기자는 그 긴장감이 짜릿해서 좋다. ―소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