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알려주는 지니계수… 한국-스웨덴 얼핏 보면 비슷 정부기능 강한 스웨덴은 오히려 규제엔 자유로워 시장기능-정책 확대는 모두 중요… 서로 겉돌지 않게 조화 이뤄야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스웨덴은 시장에 대한 규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5위 정도다. 규제가 적은 순서로 15위이지만 1위와의 정도 차이가 크지 않아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극렬히 반대하는 영리 의료법인까지 허용한다. 시장이 자유로운 만큼 잘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수입 격차도 크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38이다. OECD 국가 최고 수준의 격차와 불평등이다.
그러나 가처분소득, 즉 국가에 낼 돈은 내고 받을 것은 받고 한 뒤의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0.25로 뚝 떨어진다.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가 국내총생산의 47%를 세금 등으로 거두어 그 상당 부분을 지속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쓰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시장을 성장의 축으로, 또 국가를 지속 성장과 분배의 축으로 삼고 있는 경우라면 우리는 시장과 국가 모두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경우다. 시장은 규제에 묶여 있고 국가는 낮은 재정능력에 묶여 사회정책적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스웨덴과 똑같이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정이 다르니 꼭 그렇게까지 돼야 할 이유도 없다. 보고 느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과 국가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를 묶어 둘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규제개혁 선언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계속 강조해 온 복지 문제와 복지재정 확보 문제를 묶어서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규제를 풀어 시장 기능을 살리는 한편 복지와 재정 확대를 통해 국가의 사회정책적 기능도 살리겠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 개운하지가 않다. 이 둘, 즉 시장기능 확대와 국가의 사회정책적 기능 확대가 잘 연결되지 않은 채 따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 억지로 하나씩 들고 있는 형상이다.
이미 거론되고 있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공공의료가 약화될 가능성에다가 동네 의원이나 산후조리원 등이 고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복지나 사회정책적 기능 확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것 하나에서부터 잘 연계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가. 이에 관한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있다.
앞의 정부들이 실패했거나 제한적 성공만 거둔 일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규제 하나하나에 이해관계와 신념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 그 자체만 이야기해서는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성공한다 해도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규제개혁이 수반할 문제들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국정의 중요한 과제들이 왜 이렇게 조각이 나 있는지도 같이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