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쿼터제’ 우파 주도로 입법… EU 노동시장 개방 확대와 충돌재계 “경제적 고립-신뢰하락 우려”
스위스 연방정부는 9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EU 시민권자 이민자를 엄격한 쿼터로 제한하는 법안이 찬성 50.34%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EU 시민 5억 명과 스위스 국민 810만 명이 노동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EU와 맺은 협정을 3년 안에 수정해야 한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2007년 EU와 자유노동시장 규칙을 맺어 EU 시민이면 비자 없이도 스위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적이 있다. 2012년까지 스위스로 이민 간 사람은 연평균 7만4000명씩 늘었다. 현재 스위스 인구 810만 명 중 외국인 비중은 23%로, 유럽에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다. 국경을 통해 스위스로 통근하는 외국인도 28만 명에 이른다. 이민 제한법을 발의한 우파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이민자 증가는 일자리, 주택, 교육,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제 사회적 재앙”이라며 “스위스 스스로 이민자의 수와 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연간 4만 명을 수용 가능한 이민자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 UBS 네슬레 등 스위스에 본부를 둔 기업들도 이민제한 법안에 대해 “경제적 고립과 국가 신뢰도 하락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