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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시상대 맨 위에 여성 동성애자

입력 | 2014-02-11 03:00:00

난소암 이긴 네덜란드 뷔스트, 빙속 3000m 우승 통산 3번째 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불참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인권 문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광고를 금지하는 ‘반동성애법’을 제정해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만∼100만 루블(약 3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외국인은 벌금형과 함께 추방된다.

9일 밤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00초34의 기록으로 우승한 네덜란드 여자 빙속 스타 이레인 뷔스트(28·사진)는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7명의 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메달을 따낸 것. 이날 레이스에서 자국기를 상징하는 빨강 파랑 흰색의 매니큐어를 손톱에 칠한 그는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마르티나 사블리코바(4분1초95·체코)를 제치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000m, 2010년 밴쿠버 올림픽 1500m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의 대기록도 세웠다.

자신을 향한 경기 외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뷔스트는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그 대신 “1700만 명의 네덜란드 국민이 내 승리를 원했다. 금메달을 통해 극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됐으니 이제 홀가분하게 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난소암 진단을 받아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그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기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 은, 동을 휩쓴 데 이어 빙속 강국의 면모를 유지했다. 역대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가 딴 금메달 수도 29개(전체 금메달 수는 30개)로 늘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