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1000m 마지막 레이스… 세계新 3번에도 올림픽 노메달“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24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빙상을 이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이 12일 1000m 질주를 마친 뒤 스케이트화를 벗는다. 이규혁이 10일(현지시간)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차 레이스를 마친 뒤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규혁(36·서울시청)이 12일 열리는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레이스를 벌인다. 13세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23년 만에 대표팀과 작별을 고한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 처음 올림픽과 연을 맺을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였다. 그때부터 20년간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매번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1997년 11월 1000m에서 세계기록 2차례, 2001년 3월 1500m에서 세계기록을 한 차례 세우기도 했지만 올림픽 메달은 늘 그를 외면했다. 12일 1000m 레이스를 펼치고 평생 592회의 레이스를 마감하는 그로선 한이 남을 만하다. 하지만 이규혁은 “최선을 다했고 내 역할은 다했다”고 덤덤하게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규혁에게 “지도자로 금메달 획득에 도움을 주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한 주변 인사들이 많았다. 지도자로서도 훌륭한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규혁은 “아직 다른 선수들처럼 달릴 수 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내 꿈인 올림픽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규혁은 대표팀 내에서 따로 훈련했다. 젊은 후배들에 비해 회복 능력이 떨어져 훈련 강도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에게 맞는 훈련에 집중했다. 이규혁은 생애 마지막 레이스를 앞두고 트위터에 “지인들이 이번만큼은 즐기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즐기면서 준비하면 혹 나에게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4년 전에도 그리고 20년 전에도 내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