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장 약대 석좌교수
스포츠 국가대표들뿐 아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평균 50점을 예상하고 시험 문제를 내면 평균 70점이 나오는 식이다. 성적을 게시한 후 찾아와 상담을 하는 학생들은 “제가 아무리 일찍 학교 도서관에 나와도 우리 반 친구들이 다 나와 있어요.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우울해요”라고 말한다. A학점, B학점, C학점 인원의 상한 비율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담당 교수가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력한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따고, 열심히 공부한 모든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우리는 가끔 우울감에 빠진다. ‘그간 내가 보낸 시간은 헛것이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데 저 친구는 쉽게 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통역병들은 매주 다면적으로 언어 능숙도를 평가받고 시험에 낙제할 경우 방출됐다. 모두 최선을 다해 공부하다 보니 낙제자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뇌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본 결과 다른 많은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공부하기 전의 뇌와 공부를 열심히 한 뒤의 뇌가 달랐다. 특히 언어와 관련된 뇌 부위, 단어를 외우는 것과 관련된 뇌 부위 등의 부피가 더 증가했다.
이 논문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하고 재미있는 발견이 있다. 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친 선생님들에게 성적과는 상관없이 통역병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평가해 봤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성적과 ‘고군분투’ 점수가 반비례로 나왔다. 즉, 능력이 뛰어나 원하는 성적을 쉽게 습득한 통역병의 경우 고군분투 점수가 낮았지만 매우 힘겹게 노력한 학생의 점수는 높게 나온 것이다.
이들의 뇌에서도 변화가 보였다. 고군분투 점수가 높은 사람, 즉 힘겹게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중간 전두엽(middle frontal gyrus) 두께가 두꺼워졌다. 중간 전두엽은 언어 습득을 보조해 주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부위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그 때문에 집중력, 실행력, 감정 조절과 처리 등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부위다. 다시 말해 성적이 당장 좋지는 않아도 고군분투하는 능력이 쌓이면 중간 전두엽 두께가 두꺼워지고 집중력, 실행력, 감정조절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필자가 대학원생들을 가까이에서 교육했던 경험과도 일치한다. 대학원생들 중에 졸업 후 연구자로 더 성공하는 경우는 능력 있고 똑똑한 순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들의 성공은 마음씨와 끈기에 비례했다. 노력하는 사람이 성숙해지고, 성숙한 사람이 결국에는 성공적인 것이라는 것을 연구에서도, 경험에서도 깨닫고 있다.
오늘,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말자. 이 말은 이승훈, 모태범 선수를 비롯해 현재 러시아 소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선수들의 남은 경기를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장 약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