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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지방선거]지방업무 비율 고작 20%… 공무원 1명도 맘대로 못늘려

입력 | 2014-02-12 03:00:00

[지방자치 20년]<中>멀고먼 업무-재정 자립




광주 북구 청사 본관 전경. 북구는 예산 부족 때문에 일곡동 신청사 용지를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반환하고 기존 청사를 증축해 사용하기로 했다.

《 대구시는 기관 및 분야별로 설치돼 운영되는 폐쇄회로(CC)TV를 한곳에 모아 재난과 범죄, 환경 등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통합관제센터를 4월경에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선 구청마다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직원 파견을 미뤄 이를 수개월 늦춰야 할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문을 열더라도 연말까지 일부 결원인 상태로 운영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인데도 정부가 총액인건비를 이유로 정원을 묶어 놓고 정원 배치의 재량마저 주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민선자치 20년을 맞았지만 지자체는 아직도 스스로 공무원 정원과 조직을 결정할 권한(자치조직권)이 없다. 사무권한으로 ‘2할 자치’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 한경호 지방분권국장은 “외국은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이 거의 절반씩이다. 반면 우리는 20%만 지방사무여서 중앙의 이양작업이 더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곳간 사정’도 열악하다. 지자체가 영유아 보육료 지원, 지방도 개설 등 정부의 국고보조사업에 일정 비율 같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매칭펀드’ 사업이 많아지면서 순수하게 주민을 위한 자체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진정한 ‘자치(自治)’는 아직 멀기만 하다.

○ 부시장도 맘대로 못 두는 지자체


중국 베이징(北京)은 부시장이 8명, 일본 도쿄(東京)는 4명이다.

국제적인 도시들은 하나같이 업무의 집중도를 높여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맡는 부단체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방자치법(제110조와 시행령 73조)은 광역시의 부시장을 2명(인구 800만 명 이상은 3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규정’에 따라 3급 이상 보조 및 보좌기관장의 직급기준은 물론이고 실국 본부 담당관 수까지 제한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시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부시장이 필요한데 규정에 묶여 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치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복지, 경제문화, 환경, 교통안전, 도시주택, 일반 행정 및 재정, 정무 등 7개 분야의 부시장이 필요하다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관광청과 도시재개발청 등을 두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보류한 상태다.

총액인건비제도는 총액으로 공무원 수를 통제하되 그 범위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취지. 하지만 오히려 중앙정부의 통제수단이 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당장 현장 부서 1명을 늘려 행정서비스 질을 개선하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매칭펀드 하고 나면 예산 바닥

매칭펀드 사업은 지방 재정난의 주범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2007년 32조 원(지방예산의 약 28%)이었던 국고보조사업은 지난해 57조 원(36%)으로 급증했다. 반면 국비 보조율은 2007년 68.4%에서 지난해 60.0%로 떨어졌다. 특히 복지사업이 최근 크게 늘면서 매칭 비용을 대느라 자체 사업을 포기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22.3%)가 가장 낮은 노원구는 전체 예산 5500억 원 가운데 61%가 매칭 비용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인건비, 경상비 등 필수지출을 제외하면 60만 인구를 관할하는 구청장이 쓸 수 있는 돈은 연간 80억∼90억 원에 불과하다.

광주 북구는 관내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가 4곳이 있어 고정적인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큰 사업은 거의 포기했다. 이에 따라 광주 2·3순환도로를 연결하는 북구 문흥동∼일곡동 관통도로 개통도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예산 부족 때문에 일곡동 신청사 용지를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반환하고 기존 청사에 건물 일부를 증축해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우리는 문화센터조차 없는 자치구”라고 한탄했다.

○ 제주도, 자치권 이양 시금석 될까


제주는 자치권 이양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2011년까지 4차례 3839건의 중앙정부 권한이 제주도로 이양됐다. 이에 따라 각종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 검토 등도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는다. 국내 최초로 의료와 휴양시설을 결합한 모델인 제주 서귀포시 메디컬리조트 ‘The WE호텔’이 9일 개장했다. 도의 보건의료 특별조례에 따라 병원과 호텔의 결합이 가능해지면서 전국 최초로 생긴 시설이다.

특별자치도가 된 뒤 외국인 카지노와 크루즈 카지노 허가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투자 유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 형평성’ 등을 내세운 규제는 남아 있다.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제’는 특별법에 반영됐지만 수년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제주 전역 면세화와 내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등은 정부가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명한 상황이다.

충북대 행정학과 최영출 교수는 “학계는 제주도를 자치권 이양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인구가 20배 이상 많은 경기도보다 1000여 개나 많은 사무권한을 받아갔지만 남용할 우려는 없어 보인다”며 “우리 시민의식 수준이나 정치·경제 발전, 지방 정치인 역량 등으로 미뤄볼 때 지방분권은 더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mhjee@donga.com   

제주=임재영 / 대구=장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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