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500m 2연패하기까지
밴쿠버 때 金 세리머니 ‘빙속 여제’ 이상화가 12일(한국 시간)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역사상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를 차지한 건 보니 블레어(미국) 캐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에 이어 이상화가 세 번째다. 사진은 2010 밴쿠버 대회 때 우승한 뒤 링크를 도는 모습. 동아일보DB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간). 이상화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 치의 실수도 냉정하게 반영되는 것. 그것이 시합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잘해보자! 기운 내. 쌍화님 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한 다짐처럼 이상화는 11일 ‘빙속 여제’다운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 올림픽 2연패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 1992년), 캐나다의 캐트리오나 르메이돈(1998,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상화야 잘했어” 가족들 환호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의 어머니 김인순 씨(53·왼쪽에서 두 번째)와 아버지 이우근 씨(57·왼쪽에서 세 번째)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자택에서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자 기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방심하는 마음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이상화는 완벽한 스케이팅을 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여름 내내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오르내렸고, 신체 조건이 더 뛰어난 남자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남자 선수들이 들어 올리는 170kg짜리 역기도 달고 살았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식사 조절도 했다. 이상화는 “예전에는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으며 운동했지만 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잡은 뒤에는 식탐을 이겨내려 애썼다. 요즘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 결과 밴쿠버 대회 때와 비교해 몸과 정신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010년 65kg까지 나가던 체중을 현재 60kg으로 줄였지만 힘은 더욱 잘 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가 지난해 세운 네 차례의 세계신기록이다.
세계기록 수립은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세계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잔 실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으로 지적되던 초반 스타트를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썼다.
챔피언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늘 하던 대로∼”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이상화가 늘 하던 방식은 보통 선수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이었다.
누구나 그를 지상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라고 평가하지만 이상화 스스로는 자신을 미완성 선수로 생각했다.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올림픽 2연패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에 만족할까, 아니면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사상 첫 3연패에 도전장을 내밀까.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