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뉴 노멀 시대]한국경제 새 길을 찾는다<4>‘화이트칼라’에서 ‘레인보칼라’로
웹디자인 업체 ‘스튜디오헤이데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했던 단순명료한 디자인을 손에 잡히는 일상생활의 영역인 가구 디자인과 제조 사업으로 확대했다. 노동균 스튜디오헤이데이 대표(왼쪽)와 회사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회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스튜디오헤이데이는 과거의 업종 분류 기준으로 정의하기 쉽지 않은 회사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웹디자인과 전통 제조업인 가구 제작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노동균 스튜디오헤이데이 대표(33)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만 작업을 하다 보니 손에 딱 잡히는 제조업을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가구 제작에 뛰어들었다”며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를 중시하기 때문에 영역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해외 생산기지 이전과 공장 자동화로 전통 일자리인 ‘블루칼라(생산직)’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중산층의 핵심 소득원인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생산직과 사무직 일자리의 경계가 사라지는 ‘일자리 불임(不姙) 시대’의 대안으로 지식, 기술, 창의성이 중시되는 이른바 ‘레인보칼라’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숱한 일자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2003년 이후 10년 넘게 고용률이 64%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과거 ‘질 좋은 일자리’로 일컬어졌던 정규직 취업자는 지난해 252만 명으로 2008년보다 12%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사무직(―21만 명)과 단순 노무직(―6만5000명) 모두 일자리가 줄었다.
과거와 같은 생산직과 사무직, 직장 중심의 직업관을 바꾸지 않으면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술, 창의성,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직업이 융합되는 ‘레인보칼라’ 일자리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사실상 무한대로 넓어질 수 있다”며 “한 명 혹은 소수의 인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창조적 1인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
정부가 고용률 70%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레인보칼라’ 일자리를 늘리고 이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자리 패러다임의 변화로 과거 ‘질 좋은 일자리’로 각광받았던 대기업, 공공기관의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레인보칼라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1인 창조기업’의 수는 2012년 기준 약 30만 개로 전체 취업자 수의 5%에 불과하다. 창조경제를 이끌 인재가 부족한 셈이다. 그나마 이들 중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비율은 6%에 불과했다.
레인보칼라에 맞는 취업·창업이 활성화되려면 기존의 ‘스펙 쌓기’식 교육 대신 개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발굴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직업교육의 모델도 필요하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의 직업 변화, 국내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파악해 창조직업의 수요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창의적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1> 포스트 뉴 노멀 시대가 온다
<2> 선진국은 ‘3차 산업혁명’ 중
<3> 브레이크 걸린 신흥국, 기회는 있다
<5> ‘웰시-헬시’ 노년층이 성장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