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윷놀이도 설에는 주로 집안끼리 하지만 대보름날에는 마을 전체나 문중이 참여한다. 널따란 마당에 멍석을 깔고 남녀노소가 윷을 던지며 풍년을 기원한다.
윷에는 가락윷 밤윷 콩윷 등이 있다. 가락윷은 또 장작윷과 싸리윷으로 나뉜다. 장작윷은 길이 20cm 정도에 지름 3∼5cm의 소나무를 쪼개 만든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윷이다.
‘난다 긴다’는 말도 윷놀이에서 나온 것임을 아시는지. ‘난다’는 윷놀이 판의 말이 나는 것이고, ‘긴다’는 긴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는 것이다. 즉 ‘난다 긴다 하는 사람’은 원래 ‘윷놀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재주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이맘때쯤이면 마을 어귀에 ‘대보름맞이 주민화합 척사대회’라는 선전막이 걸리곤 한다. 척사(擲柶)의 척은 ‘던지다’, 사는 ‘윷짝’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 ‘윷짝 던지기’인데 요즘은 ‘윷놀이’에 거의 밀려났다.
윷판의 말이 머무는 자리를 ‘밭’이라 하며 도는 한 밭, 개는 두 밭, 걸은 세 밭, 윷은 네 밭, 모는 다섯 밭을 간다. 윷과 모는 ‘사리’라 하여 던질 기회를 한 번 더 얻는다. 그래서 윷이나 모가 나오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일주일 뒤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남북 이산가족이 만난다. 몇 년에 한 번씩 찔끔찔끔 만나는 ‘도 긴 개 긴’ 같은 상봉 말고, 원하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리’ 같은 상시 상봉은 안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