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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입력 | 2014-02-13 03:00:00

“한국경제 복병 고령화, 서비스업이 탈출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다보스포럼의 주제였던 ‘위기 이후의 세계의 재편’ 전략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세계 경제가 위급한 불을 끄기 위한 통화금융 정책에만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교육, 노동, 세금, 건강, 사회 불평등 해소 등 중장기적 성장전략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한국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에 비해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이 너무 낮은 나라입니다. 지식 기반 경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64)은 “한국은 34개 OECD 회원국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범적으로 회복한 나라로 올해 4%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회복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투자 무역 신용 신흥국이라는 4기통 엔진으로 굴러간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은행 신용도 하락, 투자 실종으로 세계 경제는 절반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 중심국과 신흥국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국적의 구리아 사무총장은 2005년부터 10년째 OECD를 이끌고 있다. OECD는 전 세계 230여 개 국가 가운데 34개국만 가입한 선진국 클럽. 인터뷰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본부 접견실에서 최근 진행됐다.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평균 2.7∼4.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지난해 평균 마이너스 성장에서 올해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다.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일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의 불안요소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 성장률의 ‘슬로다운(slow down·둔화)’ 경향이 심화될 것이다.”

―최근 격화되는 한중일 간의 역사논쟁과 영토분쟁이 동북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만일 동북아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세계 경제 회복, 일자리, 무역, 기업활동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주변국과의 영토 관련 이슈는 늘 감정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해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ASEAN), 주요 20개국(G20) 회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한 경제협력은 지속될 것이다. 한중일 3국 국민은 현명하기로 유명하다. 이성과 실용주의의 힘이 곧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인구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화는 국가재정을 악화시키고 연금 재원을 고갈시키며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취업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현재의 높은 제조업 생산성에 더해 풍부한 지식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면 한국은 거대 경제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주요 8개국(G8)의 부가가치를 낳고 있는 수출품 중 50%는 서비스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했던 ‘창조경제’의 중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난해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만 15세 학생층에서 세계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16∼64세 성인의 읽기 쓰기 계산 능력은 낮았다.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기 위한 재교육 정책도 필요하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제 일자리를 소득이 낮은 허드렛일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면 매일 8∼10시간 일하지 않고 몇 시간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이제는 열심히 오래 일하는 것만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유로존에 필요한 개혁과제는….

“오랜 기간 지속된 긴축정책, 통화규제 정책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은행연합 결성, 은행 출자 확대를 통한 은행 신용도 회복이 시급하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주변 국가뿐 아니라 유럽 중심 국가들도 구조개혁을 본격화해야 한다. 중심 국가 중 일부는 마땅히 해야 할 구조조정을 그동안 회피해왔다.”

―재정개혁보다 증세정책으로 경제를 이끌어 온 프랑스는 어떻게 평가하나.

“재정 건실화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증세나 비용 삭감을 얼마나 하느냐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다. 최종적으로는 세금 인상보다 재정 삭감이 경제 구조개혁에 더 강력하고 항구적인 신호를 준다. 또 의회의 정치적 인준에 영향을 덜 받는다. OECD는 세금 인상보다 강도 높은 재정지출 절감 노력에 개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이민자의 유럽연합(EU) 노동시장 개방이 미칠 영향은….

“유럽 노동시장의 역사상 이주민에게 국경을 개방했다고 크게 동요한 적은 없었다. EU 안에서 노동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처럼 고령화로 노동인력이 부족한 나라도 이민자에게 개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약력

△1950년 멕시코 출생
△1972년 멕시코 국립자치대 경제학 학사
△1974년 영국 리즈대 경제개발 및 공공금융 석사
△1975년 미국 하버드대 수학
△1978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국제관계 석사
△1992∼1993년 멕시코 수출입은행장
△1994∼1997년 멕시코 외교부 장관
△1998∼2000년 멕시코 재무부 장관
△2005년 11월∼현재 OECD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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