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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빙속 강국 네덜란드 기자들이 본 女帝 “이상화는 교과서”

입력 | 2014-02-13 03:00:00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25)가 11일(현지시간) 태극기를 손에 들고 아들레르아레나를 돌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철벅지’의 소유자 이상화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고글을 머리 위로 올리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고글을 왼쪽 허벅지에 끼운 채 레이스를 마무리한다.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상화는 교본과 같은 선수다. 네덜란드에서는 선수가 되고 싶은 여자 아이들에게 이상화를 보라고 가르친다.”

11일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네덜란드 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10년 넘게 스피드스케이팅을 담당하고 있는 트라우지의 안락 크레들라어트 기자는 “이상화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선수다. 워낙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 선수가 되려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훌륭한 예시(Big Example)로 언급되곤 한다. 코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이상화의 스케이팅을 잘 보고 배우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에 죽고사는 나라다. 소치 올림픽에서도 11일 현재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8개의 메달을 땄다. 이승훈(26·대한항공)이 출전한 남자 5000m와 모태범이 나선 남자 500m에서는 금·은·동메달을 모두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져갔다. 네덜란드는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모두 94개의 메달을 땄는데 그중 90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의 독주를 유일하게 막은 선수가 바로 이상화다.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1998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을 담당하고 있는 네덜란드 최대 신문 텔레흐라프의 프랑크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도 유명 인사다. 한국 국가원수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상화와 모태범, 이규혁 등은 모두 잘 안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걷기나 자전거 타기처럼 생각한다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국제 대회는 물론 국내 대회도 빠짐없이 TV를 통해 지켜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도 여러 차례 출전해 좋은 성적을 냈다.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2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했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 2차 레이스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이번 대회 여자 500m를 앞두고 이상화의 금메달을 확신했다. 네덜란드 선수인 마르곳 부르에 대해서는 동메달을 점쳤는데 결과적으로 이 예상도 맞아떨어졌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경기 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상화가 1등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올 시즌 그는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최강의 선수였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몸집이지만 최대의 파워를 낼 수 있는 테크닉을 갖고 있다. 다른 선수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크레들라어트 기자도 “스프린터로서 가장 이상적인 몸을 갖고 있는 데다 스케이팅 기술도 환상적이다. 코치도 잘 만났다. 이상화를 지도하는 케빈 크로켓 코치(캐나다)는 선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 지도자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기자들은 이상화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 아쉽게 느끼는 부분도 지적했다. 부스텐뷔르흐 기자는 “네덜란드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상품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상화처럼 뛰어난 선수는 적극적인 언론 노출 등을 통해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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