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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모두 꺼내놓고 종일 탐색전

입력 | 2014-02-13 03:00:00

[남북 고위급 회담]
천안함 책임-금강산관광 재개 논의… 수차례 정회 반복하며 자정 넘겨
北 당초엔 비공개 접촉 제의… 南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 北설득




손 잡은 南北 12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12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은 양측이 각자 제기하고 싶은 의제를 모두 꺼내 놓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 관계자는 “테이블에 남북관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거의 모든 현안을 올렸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논의는 비교적 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은 서로 제기한 문제와 함께 공감대를 이룬 부분을 공동언론보도문에 담기로 하고 문구 조율에 돌입하면서 진통이 시작됐다. 양측은 각자의 의견이 더 담기도록 밀고 당기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13일 0시를 넘기고 말았다.

12일 오전 10시 5분에 시작된 회담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2번 이상의 전체회의와 2차례 이상의 수석대표 회의를 잇달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는 진지했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나 남북 간 의견 차이는 여전히 컸다”고 말했다.

○ 쉽게 꺼내놓은 남북 메뉴(현안), 주워 담기는 힘들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음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때도 북핵 문제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정부는 북한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과거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도 요구해 왔다. 이날도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보이면 서해 등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남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전면적인 생사 확인도 한국 정부가 중요하게 북한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을 보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남북한 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의지도 이날 북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그동안 주장해 온 문제들을 대부분 꺼내놓았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변함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핵개발을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억제수단”이란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대북제재 5·24 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밤늦도록 난항을 겪은 것에 대해 북한의 대남담당 부서인 통일전선부를 상대로 청와대가 직접 회담에 나선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는 “최고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공개회담에 나가서 북한과 마주 앉으면 책임을 누구에게 미룰 수도, 시간이 필요하니 다음에 만나자고 요구할 수도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 비공개 요구했던 북한, 고위급 접촉 신속 보도

북한은 8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 비공개로 만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 차원에서 ‘공개 접촉’을 역제의해 이를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이같이 전하고 “어차피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공개를 원했던 북한은 12일 고위급 접촉이 시작되자 곧바로 이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24분경 회담 개최를 전하면서 “원동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고 국방위원회 성원들이 참가해 북남(남북)관계와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한다”고 보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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