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출전 女컬링의 메달 꿈
빙판의 ‘우생순’을 꿈꾸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11일 일본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엄민지, 신미성, 김민지, 이슬비, 김지선(왼쪽부터·이상 경기도청)으로 구성된 한국 컬링 대표팀은 가족 못지않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동아일보DB
우리나라에 컬링이 도입된 것은 20년 전인 1994년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후인 2014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한국의 컬링 역사는 새 페이지를 열게 됐다. 이슬비는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첫 출발도 좋았다. 주장 김지선(27)을 비롯해 이슬비,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올림픽 데뷔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12-7로 꺾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이 기세를 몰아 4강 진출, 더 나아가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외인구단’ 제대로 사고 치다
불과 2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2012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컬링선수권대회에서 기적 같은 4강 진출을 이뤄낸 기쁨도 잠시. 곧이어 국내에서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깊은 실의에 빠졌다. 다시 일어선 그들은 하루 9시간의 강훈련을 이겨냈고 지난해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우승해 다시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보통 사람들이 컬링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빗자루질이다. 스톤을 얼음판에 던져놓고 연신 앞을 쓸어댄다. 대체 이게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알고 나면 다르다. 정교한 힘 조절로 스톤을 던져 하우스라는 반지름 1.83m의 표적 안에 많이 집어넣는 게 기본이다. 번갈아 스톤을 던지면서 상대 팀의 스톤을 쳐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둑과 같은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대표 선수들도 우연한 기회에 컬링을 접했다. 한국 여자 컬링 1세대인 신미성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컬링 중계를 보다가 신선한 스포츠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다니던 대학에 컬링 동아리가 있어 가입했는데 이후 15년 넘게 그 매력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 선수였던 김은지는 부상을 당해 재활을 하다가 컬링으로 전향했다. 김지선은 대학 재학 중 중국에 유학을 갔다가 현재 남편이자 중국 남자 컬링 국가대표인 쉬야오민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컬링 선수가 됐다. 고교 시절 컬링부가 해체돼 2년 가까이 쉬었던 이슬비는 정영섭 감독의 권유로 다시 컬링으로 돌아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컬링을 하던 막내 엄민지는 뛰어난 실력으로 막판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빙판의 ‘우생순’ 신화 시작
비록 첫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 컬링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9개 국가에 비해 열세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세계랭킹은 10위, 즉 소치 올림픽 출전국 중 최하위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이슬비는 “우리끼리는 항상 ‘금메달은 우리 거야’라고 말한다. 2년 전 세계선수권 때도 한국의 세계랭킹은 12위로 참가국 중 최하위였지만 4강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4강까지만 가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주장인 스킵을 맡고 있는 김지선도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이 있다. 전년도 우승팀이 단숨에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는 게 컬링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남은 예선전에서 2012년 세계선수권 때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지 말한 법도 없다. 빙판의 ‘우생순’ 신화는 이미 시작됐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