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웅, 한국 썰매 대표팀
한국 봅슬레이, 루지, 스켈리턴 대표팀(위에서부터)에게 소치 겨울올림픽은 전환점이다. 전 종목 출전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썰매 대표팀은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출전을 넘어 메달까지 넘보고 있다. 동아일보DB
《 시작은 초라했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썰매 종목으로는 처음으로 3명의 루지 대표선수들이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가지고 있는 썰매도 없어 빌린 썰매를 탔다. 국내에 전용 썰매 경기장이 없어 한여름에는 롤러가 달린 썰매로 아스팔트를 달리고 겨울에는 외국 썰매 경기장을 전전하며 연습했다. 외국 선수들과 실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하위권을 기록했지만 세계무대에 한국 썰매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16년이 지난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한국 썰매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지에서 남녀 싱글, 남자 더블, 팀 계주 등 모든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해 4명이 출전한다. 봅슬레이도 2인승과 4인승 두 팀에 여자 2인승까지 나가며 10명이 출전을 확정했다. 스켈리턴도 2명이 출전권을 획득해 역대 올림픽 썰매 종목 최다 출전을 기록했다. 》
성공적인 세대교체… 첫 메달 넘본다 2010년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봅슬레이 대표팀은 2011년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당시 감독이었던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코치이자 선수였던 이용 감독이 사령탑이 되면서 선수 구성을 새롭게 짰다. 대표 선발전을 통해 새로운 젊은 선수들이 들어왔다. 스타트 연습장도 생겨 외국에 가지 않고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선수들은 미국·캐나다는 물론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원윤종(29), 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 김동현(27), 전정린(24·이상 강원도청) 등 ‘봅슬레이 2세대’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12년 아메리카컵 4인승에서 사상 처음이자 아시아 최초로 종합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아메리카컵에서 사상 첫 2개 대회 연속 금메달도 수확했다. 신미화와 김선옥(34·서울연맹)으로 이뤄진 여자 2인승 대표팀 등 봅슬레이 전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강 부회장은 “모두가 한국에서 봅슬레이는 불가능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가능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가능을 넘어 메달로 한국 봅슬레이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7일부터 남자 2인승을 시작으로 소치의 기적을 일군다는 계획이다.
스켈리턴 미래 이끌 유망주 등장 스켈리턴 대표팀은 윤성빈(20·한국체대)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윤성빈은 올림픽 출전을 넘어 메달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해 3월 두 차례 아메리카컵에서 4위와 5위에 오르더니 올 시즌 아메리카컵에서 동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처음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지난해 12월 대륙간컵 2차 대회 은메달에 이어 6차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을 정복했다. 한국 스켈리턴 선수가 대륙간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윤성빈이 처음이다. 대표팀 막내 윤성빈은 스켈리턴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2012년 국제대회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올림픽 진출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하루 8끼를 먹으며 체중을 12kg이나 늘리는 노력과 근성으로 실력도 크게 늘었다. 조인호 스켈리턴 대표팀 코치는 “윤성빈은 철저한 노력파다. 노력으로 1년 만에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했다. 머리도 좋아 코스 적응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윤성빈과 함께 출전권을 획득한 이한신(26)은 장거리 육상 선수였다. 스타트가 중요한 스켈리턴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모래사장에서 훈련하는 등 꾸준한 노력으로 스타트를 보강했다. 이한신은 “꿈이라고 생각했던 올림픽 무대에 서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지금까지 훈련했던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켈리턴 대표팀은 14일 예선전을 갖는다.
전 종목 출전으로 소치에 족적 남겨 밴쿠버 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선수 육성에 나선 루지 대표팀은 국내에 전용 트랙이 없어 아스팔트에서 뒹굴며 3년간 훈련했다. 경험도 적어 해외에서 10번 트랙을 돌면 절반은 썰매가 전복되거나 트랙 벽에 부딪쳤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지 대표팀은 1년 사이에 기량을 급격하게 성장시키며 전 종목 출전권을 획득했다. 비록 소치 올림픽에서 세계의 벽을 확인하며 하위권에 그친 루지 대표팀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동현(23)은 “올림픽 경험을 바탕으로 4년 뒤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