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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이 원칙 굽히지않자 北 “평양에 의중 물어보겠다”

입력 | 2014-02-14 03:00:00

[남북 14일 2차 고위급회담]
14시간 이어진 1차 회담… 南北, 무슨 얘기 오갔나




북한의 ‘회담 공세’가 시작된 것일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7년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었던 12일의 남북 판문점 접촉이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난 지 12시간 만에 북한은 ‘회담 속개’를 제의해온 것이다. 13일 낮 12시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3시간 뒤에 만나자고 알려왔다. 속사포처럼 회담 제의를 쏟아낸 것이다.

결국 남북 간 협의를 통해 ‘14일 오전 10시’로 조정됐지만 북한의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회담 제안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화 파트너로 청와대를 꼭 찍어 회담장으로 끌어낸 뒤,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한국의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간의 ‘비대칭 회담’을 정례화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 할 말 많은 북한, 들어 보려는 한국

북한이 12일에 이어 14일 고위급 회담을 잇달아 갖는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주장한 ‘북한식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내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의 전격 처형 이후 중국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더 어려워지고,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도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이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상봉행사 뒤로 연기할 수 없음을 강조하자 북한 측 대표단은 “올라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구체적 지시를 받고 다시 협의해 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남북한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의중을 다시 전달받아 벌이는 14일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고위급 회담에 NSC 사무처가 이번처럼 전면에 계속 나가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청와대에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하니 ‘그럼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 냉탕 온탕 오간 12일 회담 분위기

12일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북한에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한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취지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고 북한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핵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신년사,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 김정은 특명에 따른 북한 국방위의 공개서한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비방 중상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주장했다. 북한 측이 이번 회담이 김정은의 뜻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했으나 김정은의 친서나 별도 메시지를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북핵 문제에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이날 오전까지는 서로 입장을 설명하거나 제기하는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한국 측은 무력도발 중단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의 필요성,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남북한 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계획도 설명했다.

오후 전체회의 때 남북이 공동언론보도문을 만들기로 한 뒤 북측이 “예정대로 이산상봉 행사를 진행하되 군사훈련 기간 중에는 상봉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게 원칙적 입장”이라는 점을 보도문에 넣겠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원동연은 ‘최고존엄’과 북한 체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비방 중상 중단도 보도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이산가족 상봉은 중대제안 정신에 따라 우리가 남측에 양보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그에 대해 한국이 군사훈련 연기로 북한에 보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오후 9시 45분경 수석대표 접촉 뒤 2시간 동안 정회하며 최종 합의를 시도했으나 평행선을 달리자 양측은 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측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향후 회담에 대해 협의하자”며 여지를 남겼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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