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핵협상 과정서 갈등… 동맹국과 연쇄정상회담 나서유대인 정착촌 곳곳 확대 관련… 反이스라엘 기류 서방에 확산美, 두둔도 비판도 못해 골머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과 중동 평화협상에서 갈등을 빚어 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동맹국을 달래기 위한 연쇄정상회담에 나선다. 미국의 중동 정책도 바뀔 수 있다.
백악관은 12일 오바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3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다음 달 말에는 사우디를 취임 후 처음 방문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내밀어왔던 화해의 손짓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중동지역의 미 동맹국들을 자극해왔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의 동맹국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이란 핵협상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양지’로 끌어온 데 대해 ‘수니파 맏형’ 사우디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우디는 이란을 폭격할 수 있다면 중동의 적국인 이스라엘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태세다. 사우디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시리아 공습을 포기했을 때도 크게 비난했다. 이러한 심상찮은 기류를 감지한 오바마 대통령은 3월 말 유럽 순방길에 급하게 사우디 방문 일정을 잡았다.
1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틴 슐츠 유럽연합(EU) 의장이 의회에서 연설하자 ‘유대인 조국당’ 등 이스라엘 우익 의원들이 집단 퇴장했다. 독일 출신의 슐츠 의장이 “이스라엘인들은 매일 70L의 물을 쓰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은 고작 17L만 쓰도록 허용될 수 있느냐”며 정착촌 건설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28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내 유대인 정착촌과 연계된 이스라엘 회사와의 교역금지 정책을 주도해왔다.
이달 1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도덕하고 부당한 압력”이라고 반발했고 모세 얄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존 케리는 순진하고 무모한 평화 강박주의자”라고 쏘아붙였다.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주도해온 정착촌 내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를 끊도록 설득하는 BDS(투자회수·제재) 운동은 지난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타계한 직후 국제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정책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비슷하게 비친 까닭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내각회의를 열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