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노메달 충격 헤어나 “4년간 정말 힘들게 준비해와…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시 멋지게 해보고 은퇴할 것”
“반성해야죠.”
믹스트 존(공동 취재 구역)으로 들어선 모태범(25·대한항공·사진)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모태범은 12일(현지 시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2위(1분09초37)에 그쳤다. 10일 열린 남자 500m에서는 4위를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땄던 모태범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적표였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종목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모태범은 “4년간 노력을 많이 했다.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돼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올림픽이란 무대는 죽어라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모태범은 대표팀 내에서 가장 운동을 많이 한 선수로 꼽힌다. 어릴 적부터 바퀴 달린 것은 뭐든지 좋아했다는 그는 지난해 이맘때 자신의 보물 1호이자 애마였던 스포츠카를 처분했다. 소치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남자 500m에서 기록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의 기록(69초82)보다 0.13초나 빨랐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모태범보다 훨씬 더 커 있었다. 500m의 부담감은 1000m로 이어졌다. 조 편성에서 아웃코스를 뽑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희미한 웃음 속에서 모태범은 4년 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이대로는 너무 억울하다. 다시 도전하겠다. 한번 멋지게 해보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우선 푹 자고 싶다”고 말한 모태범은 “한국에 돌아가면 1년간 제대로 못 탔던 자동차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가장 먼저 카트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