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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인한 분노, 집중력-근로의욕 떨어뜨려”

입력 | 2014-02-14 03:00:00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전문가들 “기업 생산성에도 악영향… CEO가 분위기 전환 주도해야”




정신의학자들은 언어폭력이 근로자 개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언어폭력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손해”라고 단언했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사업장에서 사람들이 쓰는 대화를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구나”라고 칭찬해주는 적극적·건설적인 말 △“좋은 보고서구나”라고 말해주는 소극적·건설적인 말 △“이거 말고 이전에 냈던 아이템은 잘되어 가니”라며 직원의 기를 죽이는 소극적·파괴적인 말 △“도대체 이따위 보고서로 뭘 하란 거야”라고 혼내는 적극적·파괴적인 말이 있다는 것. 적극적·건설적인 말은 생산성 제고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반면 적극적 파괴적인 말은 구성원 개인과 회사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채 교수는 “좋은 회사일수록 언어폭력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사업장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에 CEO가 회사의 언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종민 인제대 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 교수도 “언어폭력은 ‘심리적 내상’을 입힐 뿐 아니라 신체를 아프게 하는 등 물리적으로도 부정적 증상을 불러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로 인한 분노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두통, 불면증까지 유발해 생산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이직률이 높아지고 소문이 나쁘게 나면 회사 경영자에게 큰 손해”라며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나쁜 말을 해서 잃는 게 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보가 외국인 근로자 178명(23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을 당한 이들 중 약 70%가 ‘일하기 싫어진다’고 응답했다. 언어폭력이 근로의욕 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지난해 계열사별로 대대적인 폭언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언어폭력이 임직원의 일체감을 낮추고 직원의 창의성을 가로막아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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