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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한일관계, 오바마 나설 정도 돼선 곤란”

입력 | 2014-02-14 03:00:00

13일 방한… 朴대통령-尹외교 잇따라 만나



밝은 표정의 朴대통령과 케리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왼쪽)을 접견해 악수를 하고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케리 장관과의 면담은 예정시간(45분)보다 55분이나 더 진행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설 정도로 양국의 분쟁 수위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직접 표명했다. 한국을 방문한 케리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갈지 여부는 한일이 결정할 문제지만 미국은 동맹국인 양국에 해법을 찾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일 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미일 방위조약 대상이 맞다”고 말하면서도 ‘독도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대상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반면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한일관계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일부 일본 정치인의 역사 퇴행적 언행이 반복됐다”며 관계 악화의 책임이 일본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양국 간 미묘한 시각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케리 국무장관이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한국에도 양보를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도통신은 “케리 장관이 이달 7일 회담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한 데 이어 한국 측에도 양보(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과시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의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정확히 동일하다”며 “북한이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말보다,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 달라’고 강조한 것을 지지하는 발언이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한 케리 장관을 만나 “12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확실한 의지와 실질적 행동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 내지 연기를 주장했으나 우리 측은 인도주의 문제를 군사훈련과 연계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대응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한계획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통일은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와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큰 혜택이 될 것”이라며 “통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은 매우 좋은 비전”이라며 “박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넘어 미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날 접견은 오후 5시 반부터 6시 15분까지 45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문제나 국제 정세 등과 관련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55분 늦은 오후 7시 10분 끝났다. 특히 케리 장관이 전날 남북 고위급 1차 회담 진행 상황을 상세히 물어보면서 접견 시간이 길어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현안에 이견이 있었다기보다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깊이 교환하다 보니 접견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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