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전투복… 초등생보다 못한 급식 먹고 “돌격 앞으로”

▼ 군복 땀배출 잘 안돼 여름엔 헉헉… 전투화는 착용 1주일만에 너덜 ▼

군 당국은 ‘군복은 전투 적합성이 우선이다’ ‘병사들이 적응이 덜 됐다’라고 반박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군은 구형 여름 전투복에 디지털 무늬를 염색한 신형 여름 전투복을 별도로 제작해 지난해 6월부터 일선 부대에 보급 중이다.
2011년 말부터 보급된 기능성 전투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군은 기능성 전투화가 구형 전투화보다 가볍고 방수 성능도 향상됐다고 밝혔지만 일선 부대에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에는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 보급된 기능성 전투화가 각개전투 훈련 1주일 만에 가죽이 심하게 닳고 접합 부분이 떨어져 불량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남 창녕의 모 육군부대 소속 이모 상병은 “훈련 도중 착용한 기능성 전투화의 접합 부분이 터져 새 전투화 지급을 요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이 강인한 이미지와 넓은 시야 확보를 위해 2011년부터 기존의 전투모(챙모자) 대신 보급한 베레모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햇빛을 가릴 수 없고, 두꺼운 천 재질로 통풍이 안돼 여름에 착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장병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본보 취재진이 최근 서울역과 용산역 등에서 만난 장병들은 대체로 군 식단의 맛과 질이 사회에서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기 남양주시 육군 모 사단 소속 김모 상병은 “일선 부대에서 급식비 인상 효과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며 “입대 당시와 비교해 ‘짬밥’(군대에서 먹는 밥의 속어)이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쇠고기가 들어간 뭇국과 배추절임 등으로 한 끼를 먹은 적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강원 화천에서 근무 중인 이모 병장은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따라가기엔 급식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장병의 한 끼 급식비는 2282원으로 서울지역 중학생(4100원)의 56%, 초등학생(3110원)의 73% 수준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장병의 열악한 식단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의원(새누리당)이 각 군 훈련소의 급식 사진을 공개하자 ‘이렇게 먹고 나라를 지킬 수 있나’ ‘군 급식예산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반면 인근 부대의 신축 병영생활관은 온돌식 침상과 현대식 목욕탕, 화장실을 갖춘 깔끔한 시설로 대조를 이뤘다. 여야 의원들은 예산을 확보해 노후화된 병영시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조6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대 단위(30∼50명)의 침상형 구조를 분대 단위(9명 안팎)의 침대형 구조로 신축하고, 체력단련장과 도서실 등 여가 및 편의시설을 늘리는 내용이다. 육군 666개 대대, 해·공군 886동, 전방관측소(GOP) 소초 957동 등 총 2509개 동이 대상이다. 군 관계자는 “병영현대화 사업 등이 완료되는 2016년 이후엔 병영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식(일명 푸세식) 화장실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광진 의원(민주당)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군내 재래식 화장실은 총 3232개 동에 달했다. 군은 우선적으로 830개 동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해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장병들이 군 생활 적응에 애로를 겪고 있다.
식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군내 상수도 보급률은 49.6%에 불과하다. 심정(深井)이나 우물 등 지하수(45.9%)나 하천이나 강물과 같은 지표수(4.3%)를 쓰는 부대가 많다. 강원 화천의 한 육군 부대는 계곡물이나 빗물을 물탱크에 받아 끓여 식수로 쓰고 있다. 지역 자체가 물이 부족한 데다 예산 부족으로 상수도를 부대까지 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