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들 꾀어 투자금 챙긴후 잠적… 일부 “남편 알면 쫓겨나” 고소 망설여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 가져 보시겠습니까?”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콜라텍을 찾은 김모 씨(57·여)는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 부장이라 소개하는 최모 씨(45)에게 끌렸다. 깔끔한 정장에 중저음 목소리, 근육질 몸매를 가진 ‘꽃중년’에게 홀딱 반한 김 씨는 매일 최 씨를 만났다. 최 씨는 언제나 한정식, 한방오리 등 1인당 식사 가격이 수만 원인 고급 음식점만 예약했다. 밥때가 되면 ‘우리 공주님 식사 꼭 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서로를 ‘여보’ ‘당신’이라 부르며 애인처럼 지냈다.
그러던 최 씨가 지난해 12월 말경 투자 제의를 했다. 최 씨는 “하루 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처가 있는데, 못 믿겠으면 내 돈을 직접 투자 계좌에 넣어보라”고 말하며 현금 500만 원을 김 씨에게 쥐여줬다. 김 씨는 반신반의로 돈을 넣었고 다음 날 20만 원의 이자를 받았다. 3일 동안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자에 신이 난 김 씨는 남편 몰래 1000만 원을 추가 투자했다. 하지만 이튿날 최 씨와의 연락이 두절됐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