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금메달 세리머니 안현수.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15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올림픽파크 메달프라자에서 열린 메달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회사원 박주형 씨(29)는 15일 오후 친구들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주점에서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를 생중계로 보다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를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신다운(21·서울시청)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준결승과 결승에서 줄줄이 실격 당하는 모습에는 혀를 차면서 러시아 국적인 안현수의 우승에는 오히려 통쾌함을 느꼈던 것. 박 씨는 "평소 애국심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스스로 잠깐 당황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실망하고 안현수의 우승에 환호한 스포츠팬은 박 씨만이 아니었다. 남성잡지 맥심코리아가 9일부터 "쇼트트랙에서 안현수와 한국 대표가 경합을 벌인다면 누구를 응원하겠느냐"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16일 오후 8시 반 현재 응답자 2422명 중 2094명(86.5%)이 한국 선수 대신 안현수를 선택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 약화와 안현수의 귀화를 방치한 국내 체육계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안현수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뛰다가 악재가 겹쳐 어쩔 수 없이 귀화했다는 점 때문에 연민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게도 때 아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2010년 말 이 시장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을 해체한 뒤 안현수가 소속팀을 잃고 러시아로 귀화했다는 이유였다. 이 시장이 당시 팀 해체 이유로 "소속팀 선수 1명을 유지하려면 가난한 아이 3명 도울 돈이 필요하다. 이런 데 돈 못 쓴다"고 밝혔다는 얘기도 온라인에서 퍼지며 이 시장의 트위터와 성남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비난 글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16일 전화통화에서 "해당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성남시청 쇼트트랙팀 해체는 성남시가 당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해 재정 긴축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