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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안구-심전도 검사… ‘뒤척이는 밤’ 비밀 캐다

입력 | 2014-02-17 03:00:00

[기자 체험 클리닉]<1>불면증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수면 중 뇌 상태, 산소흡수량, 잠자는 자세, 코골이 등을 정교하게 체크할 수 있다. 본보 이철호 기자가 수면다원검사 장치를 착용한 채 취침 준비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좋은 잠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살뜰하고 그리운 간호사다.”(셰익스피어) 잠과 제대로 못 만난 지도 벌써 1년이 흘렀다. 처음엔 맞춰놓은 시간보다 먼저 귀에서 알람시계가 울려 미리 깼다. 환청이었다. 환청은 하룻밤에도 세 번, 네 번씩 울렸다. 덕분에 시간을 확인한 뒤 “새벽이잖아”라고 소리 지르며 베개를 부여잡기를 수백 밤. 나의 ‘한양대병원 수면클리닉’ 체험은 철저한 치료 목적으로 시작됐다. 잠 못 자는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과 공유도 하고 싶었다. 과연 기자는 달콤한 잠을 되찾고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 수면패턴 변화와 과도한 긴장이 불면증 불러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11일 시작한 수면치료는 원인 찾기부터 시작됐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 유형은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하지불안증 3가지로 나뉜다. 원인 파악을 위해 주간수면, 코골이, 배뇨증상 자가설문지를 먼저 작성했다. 설문 결과 나는 코골이나 배뇨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보다는 뇌신경 또는 정신건강 문제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음 순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주치의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의 불면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먼저 수면습관의 갑작스러운 변화. 2012년 말 입사 이전엔 “세상이 멸망해도 하루 10시간은 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을 만큼 소문난 ‘롱 슬리퍼(Long sleeper)’였다. 하지만 사회부 수습기자 시절, 늦은 시간 야근과 이른 시간 출근을 반복하면서 수면량을 갑자기 줄여 몸에 무리가 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도한 긴장. 기자 직업의 특성상 매시간 속보에 귀를 기울이고, 퇴근 뒤에도 갑작스러운 업무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누적된 긴장으로 인해 뇌가 각성 효과를 일으키며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 우리 몸의 긴장감은 ‘교감신경 기능검사’를 통해 측정하는데 나는 기능 및 민감도가 정상수치 내에서도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내 잠의 질 파악할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


수면치료의 하이라이트는 수면다원검사다. 뇌파 검사, 안구 움직임 검사, 근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비디오 촬영으로 이뤄진 이 검사를 통해 수면 상태 및 질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사를 위해 12일 수십 개 전선으로 이뤄진 장비를 착용한 채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비용은 아직 비보험이어서 7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검사 결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유지장애(불면증의 일종)’와 가벼운 ‘코골이 증세’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인간의 잠은 깊이에 따라 얕은 잠, 중간 잠, 깊은 잠 3단계로 나뉜다. 나는 3단계 깊은 잠의 비율이 정상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석현 이비인후과 교수는 “깊은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에 시달리는 것”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걸리기 쉬운 입면장애(잠에 들기 어려운 장애)에 비해 수면유지장애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고 설명했다.

○ 수면장애 개선은 생활습관 개선부터


불면증 치료는 크게 수면제 처방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이뤄진다. 오 교수는 항우울제 성분이지만 수면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염산트라조돈, 티아넵틴나트륨계열 약물을 내게 처방했다.

적당한 수면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수면시간대 TV 시청을 피하고 과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오 교수는 내게 잦은 야식 섭취 금지와 금주 처방을 내렸다. 또 겨울철 떨어지기 쉬운 체온 유지도 불면증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잘 때 실내 온도를 20도 내외로 하고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옷도 적당히 껴입고 자도록 충고 받았다.

주치의의 처방대로 생활한 지 3일이 흘렀다. 나는 다행히 하룻밤에도 몇 번씩 깨는 고통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약물을 먹지 않고도 깊은 수면을 이룬 지 이틀이 흘렀다. 조 교수는 “양질의 수면은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면장애가 의심되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습관부터 개선하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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