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 클리닉]<1>불면증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수면 중 뇌 상태, 산소흡수량, 잠자는 자세, 코골이 등을 정교하게 체크할 수 있다. 본보 이철호 기자가 수면다원검사 장치를 착용한 채 취침 준비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수면패턴 변화와 과도한 긴장이 불면증 불러
두 번째는 과도한 긴장. 기자 직업의 특성상 매시간 속보에 귀를 기울이고, 퇴근 뒤에도 갑작스러운 업무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누적된 긴장으로 인해 뇌가 각성 효과를 일으키며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 우리 몸의 긴장감은 ‘교감신경 기능검사’를 통해 측정하는데 나는 기능 및 민감도가 정상수치 내에서도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내 잠의 질 파악할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
수면치료의 하이라이트는 수면다원검사다. 뇌파 검사, 안구 움직임 검사, 근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비디오 촬영으로 이뤄진 이 검사를 통해 수면 상태 및 질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사를 위해 12일 수십 개 전선으로 이뤄진 장비를 착용한 채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비용은 아직 비보험이어서 7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검사 결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유지장애(불면증의 일종)’와 가벼운 ‘코골이 증세’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인간의 잠은 깊이에 따라 얕은 잠, 중간 잠, 깊은 잠 3단계로 나뉜다. 나는 3단계 깊은 잠의 비율이 정상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석현 이비인후과 교수는 “깊은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에 시달리는 것”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걸리기 쉬운 입면장애(잠에 들기 어려운 장애)에 비해 수면유지장애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고 설명했다.
○ 수면장애 개선은 생활습관 개선부터
불면증 치료는 크게 수면제 처방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이뤄진다. 오 교수는 항우울제 성분이지만 수면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염산트라조돈, 티아넵틴나트륨계열 약물을 내게 처방했다.
주치의의 처방대로 생활한 지 3일이 흘렀다. 나는 다행히 하룻밤에도 몇 번씩 깨는 고통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약물을 먹지 않고도 깊은 수면을 이룬 지 이틀이 흘렀다. 조 교수는 “양질의 수면은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면장애가 의심되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습관부터 개선하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