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박승희 대타 조해리, 1500m 김아랑 결승행 돕고 탈락男 계주 넘어진 이호석도 맘고생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에만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승희(22·화성시청)가 13일 500m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1500m 경기에 나서게 됐다. 박승희의 대타가 된 것. 조해리는 경기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담이 크다. 부족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죽을힘을 다해 최선만 다하자”는 글을 남겼다.
출발은 좋았다. 조해리는 15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1500m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기대감을 높인 조해리는 준결선에서 후배 김아랑(19·전주제일고)과 같은 조에 속했다. 조해리는 선두로 나선 김아랑이 편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따라가며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펼쳤다. 추월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의 리젠러우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김아랑과 조해리는 2,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해리는 경기 뒤 판정에서 미국의 에밀리 스콧을 막아내다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비록 결선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조해리는 자신을 희생하며 김아랑의 결선 진출을 도왔다.
이호석은 13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미국 선수와 부딪쳐 미끄러졌고, 대표팀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호석은 경기 뒤 심한 마음고생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자신 때문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이 컸다. 조해리와 이호석은 후배들의 꿈을 안고 대신 달렸지만 아쉬운 결과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