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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진짜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린 남자쇼트트랙 유감

입력 | 2014-02-17 07:00:00

이한빈.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성적보다 최선 다하지 않는 모습 씁쓸

이한빈(25·성남시청)은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불운에 울었습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신다운(22·서울시청)과 엉켜 넘어졌고, 결승에 나서기 전에는 스케이트날을 점검하지 못한 채 경기에 돌입하면서 결국 6위에 그쳤습니다. 그는 “(준결승에서) 넘어질 때 날에 문제가 생겼는데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라며 자책했습니다.

절치부심해 도전한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도 6바퀴를 남겨두고 코너를 돌던 중 싱키 그네흐트(네덜란드)와 충돌하면서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났습니다. 4년간 올림픽만 보고 구슬땀을 흘렸는데, 제 기량을 채 발휘하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대회를 끝내야 하는 마음을 누가 알까요.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한빈이 보여준 플레이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여자 500m 결승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졌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결승선까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홈페이지를 통해 ‘넘어진 순간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빨리 결승선까지 도달하자는 생각뿐이었다’는 박승희의 말을 인용하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처음 넘어졌을 때 ‘빨리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근데 너무 서두르다가 또 넘어졌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올림픽정신을 얼음판 위에서 보여준 것입니다. 비록 박승희가 목에 건 메달은 동이었지만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가졌던 이유입니다.

이에 반해 이한빈은 경기를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중계를 하던 안상미 SBS 해설위원도 “아직 늦지 않았다. 끝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이한빈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뒤에서야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남자쇼트트랙대표팀은 소치올림픽에서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성적표보다 아쉬운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넘어지거나 남의 방해로 레이스를 제대로 펼치지 못 하는 일들은 종목의 특성상 비일비재합니다. 이한빈의 플레이는 얼음판에 넘어져 퉁퉁 부은 무릎을 부여안고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얼음을 지치던 박승희의 모습과 겹쳐져 씁쓸한 뒷맛이 남겼습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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