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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쇼트트랙 1500m 대타 출전 조해리의 아름다운 희생

입력 | 2014-02-17 07:00:00


후배 위해 ‘호위무사’ 자청 철통 방어
김아랑 2위로 결승행…자신은 실격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올림픽. 그러나 더 큰 꿈을 품고 온 후배들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다. 한국여자쇼트트랙대표팀의 맏언니 조해리(28)가 메달만큼 값진 희생정신을 보여줬다.

조해리는 15일(한국시간) 벌어진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에 ‘대타’로 나섰다. 원래 출전 멤버였던 후배 박승희(22)가 500m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이틀 전 급히 투입이 결정됐다. 갑작스러운 출전에도 기량은 여전했다. 예선 3조에서 여유 있게 1위. 준결승에선 후배 김아랑(19)과 한 조에서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때 조해리는 올 시즌 1500m 성적이 더 좋았던 김아랑을 위해 ‘호위무사’를 자청했다. 2바퀴 만에 맨 앞으로 달려나와 선두를 확보한 뒤 김아랑이 올라올 공간을 터줬다. 김아랑은 조해리의 방어 속에 물 흐르듯 1위로 치고 나갔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아랑의 뒤에서 달리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앞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철통같은 방어벽을 쳤다. 김아랑은 조해리의 콤비플레이 덕에 별다른 몸싸움 없이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조해리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뒤쪽 선수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팔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다. ‘아름다운 실격’이었다.

조해리는 그동안 실력에 비해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전성기에는 나이제한과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고,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박승희와 함께 여자 3000m 계주 실격의 아픔을 공유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다시 나선 올림픽에서 욕심 대신 양보를 앞세웠다. 조해리는 18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에 도전한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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