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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현기자의 여기는 소치] 빅토르 안 금메달 쇼크…한국 ‘怒메달’ 후폭풍

입력 | 2014-02-17 07:00:00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남자쇼트트랙 부진에 빙상연맹 비난 폭주

귀화한 안현수는 金…한국은 노메달 위기
파벌싸움·모 임원 전횡 등 다시 도마 위에
대통령도 비리 지적 올림픽 후 대수술 예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한때 세계 정상에 섰던 한국남자쇼트트랙은 12년 만에 올림픽 노메달 위기로 몰렸다.

러시아국기를 들고 금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는 ‘빅토르 안’을 본 미국의 한 언론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마이클 조던이 미국대표팀과 불화를 빚은 끝에 쿠바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사건”이라고 촌평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쇼트트랙의 중간 성적은 13일(한국시간) 여자 500m의 박승희가 따낸 동메달, 15일 여자 1500m의 심석희가 목에 건 은메달이 전부다. 남자쇼트트랙은 남은 500m를 제외하고 이미 펼쳐진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모두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

● 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다운은 왜?

안현수는 15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인으로 참가한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이후 자신의 4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러시아쇼트트랙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안현수의 금메달은 노메달 위기에 그친 한국남자대표팀의 처참한 상황과 맞물려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거센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맹 홈페이지는 비난 글로 서버가 다운되기에 이르렀고, 홈페이지 복구가 늦어지면서 고의폐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복마전 오명 벗지 못하는 한국쇼트트랙

‘안현수 금메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안현수 선수의 귀화가 체육계 전반에 퍼져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그동안 한국쇼트트랙은 파벌싸움과 짬짜미, 성적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복마전’ 양상을 보여왔다. 토리노올림픽을 앞두고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로 나뉘어 훈련하기도 했고, 2010년에는 서로 짜고 특정선수를 밀어주는 ‘짬짜미 파문’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악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사과와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 작금에 이르러선 빙상연맹 모 임원의 전횡으로 한국쇼트트랙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냉정한 사태 파악으로 잘못된 관행 바로 잡아야

안현수의 표면적 귀화 이유는 소속팀 해체지만, 그가 귀화를 선택한 것은 파벌싸움 탓이 컸다. 안현수는 ‘파벌싸움의 일방적 희생양’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그도 한때 파벌싸움의 혜택을 보기도 했다는 견해도 있다. ‘러시아인’ 안현수의 금메달과 함께 한국남자쇼트트랙의 ‘예고된 부진’이 맞물리면서 비정상적·비상식적인 한국쇼트트랙의 현실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올림픽 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내부에선 냉정한 사태 파악을 통해 이번 기회에 쇼트트랙계 내부에 뿌리 깊게 깔려 있는 불신의 늪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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