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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기자의 눈]마음의 상처 안고 달린 어린 선수들

입력 | 2014-02-17 03:00:00


김동욱 기자

“온 신경을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쫓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고전하고 있다. 특히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와 관련해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안 선수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대표팀 대신 안현수를 응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인터넷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물론이고 누리꾼들이 대표팀 대신 안현수를 응원하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나이 어린 선수들이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는 한국 빙상계가 질타를 받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평소답지 않은 무리한 경기 운영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쇼트트랙 전문가들은 여자 1500m 은메달을 따낸 심석희(17·세화여고)가 초반 오버페이스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후반에 스퍼트를 내는 평소 심석희의 경기 운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빙상계와 안현수의 문제가 올림픽이 끝난 뒤에 논의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작 논란의 주인공인 안현수는 15일 “올림픽 기간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나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와 후배들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금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응원과 격려다.

김동욱·스포츠부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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