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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나섰다가 참변… 국경 앞두고 폭탄 설치 가능성

입력 | 2014-02-17 03:00:00

무르시 축출 이후 무장세력 과격화
이스라엘 접경 타깃 테러 빈번




버스 폭발 직후 16일 오후 이집트 타바 검문소 인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16일 폭탄 테러의 희생자가 된 한국인들은 충북 진천중앙교회 소속 신도로 목사를 포함한 30여 명이 성지순례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 선교사와 이집트인 운전기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D여행사의 알선으로 버스를 타고 성지순례 길에 나섰다가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날 시나이 반도 중부에 있는 옛 그리스정교 유적지인 캐서린 사원을 둘러보고 난 뒤 타바로 향하던 중 테러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성지순례 관광버스는 보통 45인승으로 버스 앞부분에 몰래 숨겨둔 폭탄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국경을 건너가는데 그 식당에 정차했을 때 폭탄을 몰래 장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세영 총영사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이집트 정세가 안정되고 있다는 기대감에 따라 성지순례를 오는 한국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여행업체 관계자들도 1∼2월은 성수기라 많이 간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시나이 반도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가 최근 몇 개월간 이집트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감행한 만큼 이번 테러를 자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이 지역은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넘어오는 관광 통로지만 지난해 7월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극도로 위험한 지역이 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무장세력은 지난해 8월부터 타바 지역을 공격했다. 무장세력이 시나이 반도에서 암약하며 테러 공격을 벌이자 이집트군은 경찰과 협력해 시나이 반도 테러 은신처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여 왔다.

타바는 홍해에 접해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 무슬림형제단의 적인 이스라엘과 유일하게 연결된 국경검문소가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 검문소에서 일어난 테러는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도 3건이 넘는다. 앞서 2004년에는 타바에 위치한 힐턴 호텔에 폭탄이 터져 34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집트 군인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자살 폭탄 테러를 당해 군인 11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기도 했다. 외교부는 시나이 반도 내륙을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 지역으로 긴급용무가 아니면 귀국을 권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테러는 과거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감행했던 공격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고 전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되면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탄압이 강화되면서 형제단 내에서 더욱 강경한 무장투쟁 노선을 주장하는 쪽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zsh75@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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