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밥 킹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디트로이트 시에서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는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파업도 불사하지 않았던 ‘강성노조’ UAW의 노선이 바뀌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었다.
1990년대까지도 100만 명 이상이던 UAW 가입자는 현재 40만 명 수준까지 줄었다. UAW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외국계 자동차회사 노조를 끌어들이는 것이 유일했다. 그 구체적인 첫 타깃이 미국 테네시 주 채터누가의 폴크스바겐 조립 공장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회사 측이 UAW 가입을 은근히 지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채터누가 공장의 근로자들은 왜 UAW의 우산을 거부했을까.
UAW 위원장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현안을 논의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이런 영향력을 무기로 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근로자들에게는 엄청난 복지 혜택을 안겼다.
그러나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수많은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야 했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둥지를 틀고 있던 디트로이트 시는 지난해 7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채터누가 공장 근로자들은 이 사실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었다. UAW가 뒤늦게 ‘회사와 노조의 공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추락한 신뢰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올해는 통상임금 적용, 휴일근로수당 책정, 정년 연장 후속조치 등 각종 노동계 현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방향 설정에 대해 재계 전체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UAW가 처한 상황을 한 번쯤은 곱씹어 보면 어떨까.
현대차 노조는 18일 민주노총이 예고한 ‘2·25 총파업’ 참여 여부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현대차 노조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