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로 출전해 미국 격파 3승째 모텔서 자며 훈련 등 감동 스토리… 4강 실패했지만 국민 관심 치솟아
“아빠 컬링 어디 가면 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TV 화면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16일 열린 한국과 덴마크의 소치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경기를 보고 있었다. 태극마크를 단 언니들이 빙판 위에서 뭐라 소리를 지르며 돌을 굴려 맞히고 빗자루 같은 걸로 연방 얼음바닥을 쓰는 모습이 퍽 흥미로운 듯했다. 경기 규칙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 TV 시청률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수준인 13.6%를 기록했다.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국내에 컬링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비록 한국 컬링은 3승 5패를 기록해 남은 캐나다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목표로 삼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컬링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게 큰 수확이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사무국에는 컬링 입문 절차, 도구 구입 등을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대회 기간 컬링 생중계 시청률은 평균 10% 내외를 유지했다.
2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 컬링의 세계 랭킹은 올림픽 출전 10개국 중 가장 낮은 10위. 하지만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꺾으며 올림픽 첫 승을 거뒀고 개최국 러시아도 눌렀다. 17일에는 세계 7위 미국을 11-2로 완파했다. 김지선은 “컬링 역사가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면 더욱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어도 한국 컬링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국내에 컬링 전용 연습장은 태릉과 의성 등 두 군데뿐이다. 등록 선수는 600명 정도로, 전용 시설만 11개에 이르는 일본(50만 명)과 비교가 안 된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국내 얼음판은 돌이 곧게 뻗기만 한다. 컬링이라는 이름대로 다양하게 휘는 구질의 돌을 구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경기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로 대기업의 지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저변 확대를 위한 실업팀 창단도 시급하다. 한국 컬링은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