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미혼남성 “이런 말 들으면 짜증난다”
“내가 많이 참았는데….”
목소리를 내리깐 남자친구가 이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빨간 불’이다. ‘연인 간 사소한 말 같지만 이별을 부르는 말’ 1위(31명)로 꼽힌 말이다. 2위는 “나, 너 때문에 힘들어”(24명), 3위는 “넌 항상 그런 식이야”(18명)가 꼽혔다. 숱한 커플들의 연애상담을 맡는 듀오 커플매니저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남녀는 연인과 나누는 대화에서 상처받는 부분도 달랐다. 취재팀은 성별에 따라 어떤 말이 가장 문제가 되는지 최근 연애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20명의 대화를 이명길 듀오 연애강사와 함께 분석해봤다.
남자친구의 능력을 남과 비교하는 말도 ‘최악의 말’로 꼽혔다. 특히 교제 기간이 길고 결혼 적령기에 가까울수록 직업이나 차종 등에 대한 여자친구의 언급으로 헤어진 연인이 많았다. 회사원 유모 씨(33)는 2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 문제로 다투던 중 “내 친구들은 다 전문직 남자와 결혼했다. 친구들이 남자친구 직업을 묻는데 ‘그냥 회사 다닌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유 씨는 “홧김에 한 말이라도 이런 비교는 남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교제 기간이 짧은 커플의 경우 끊임없이 관심을 요구하고 애정을 확인하려는 말이 남자를 힘들게 했다. 별 용건이 없는데도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이거 보면 전화해” 식의 메시지를 수차례 보내거나, 약속이 겹치는 상황에서 “친구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라는 식으로 저울질하는 말들은 피로감을 높였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