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10년 차 미만 새내기 부부, 이 말만은…
■ 당신 마음대로 해
이럴 땐 약 박미현 씨(28·결혼 5년 차)는 전업주부. 진작부터 살림, 육아는 물론이고 경제권까지 전담하고 있다. 남편이 늦게까지 일해 번 돈을 혼자 관리한다는 부담감과 미안함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남편의 한마디. “당신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하란 말을 하기 전, 그는 꼭 자신의 생각을 먼저 충분히 얘기한다. “남편은 세상 누구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얘기해줘요.”
전문가가 봤을 땐…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에게… 맘대로 하라면 의욕 잃어”
당신 마음대로 하란 말은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표현. 또 사람의 본능 중 하나인 ‘인정 욕구’와 관련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남성은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해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아내가 남편에게 마음대로 하란 말을 자주 해주면 좋다. 단, 이 말은 자칫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다섯 살 이상 많을 경우 아내에게 마음대로 하란 말을 하면 ‘귀찮다’란 의미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더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는 그렇지 못한 상대로부터 마음대로 하란 말을 들으면 대화 의욕을 잃기 쉽다. 표현 방식도 중요하다. 일단 상대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본인 생각을 어느 정도 밝힌 뒤 말을 해야 한다.
■ 미안해, 미안해…
이럴 땐 약 맞벌이를 하는 장민호 씨(38·8년 차)와 그의 아내는 성격이 닮았다. 고집이 세다. 또 자신의 주장이 강하다. 덕분에 한번 부부싸움이 나면 한쪽이 지쳐 항복할 때까지 끝을 봐야 했다. 그래서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마음이 있든 없든 일단 언쟁이 시작되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기. 큰 기대 없이 만든 규칙인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부싸움은 예전의 10∼20%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가 봤을 땐… “갈등 가장 많은 신혼 때는, 아끼지 말고 사과해야”
미안하다는 말은 부부 사이에 가장 놓치기 쉬운 말 중 하나.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당연히 내 마음을 알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커다란 오해다. 실제 지난해 한 카드회사의 조사에서 부부싸움의 가장 큰 이유로 ‘상대방이 사과를 하지 않아서’가 꼽혔다. 특히 미안하단 말은 신혼 때 자주 하는 게 좋다. 서로 맞춰가는 시기이자 갈등이 가장 많은 시점이기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가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결혼 전 연애 기간이 긴 커플일수록 결혼 뒤 더 적극적으로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다혈질, 또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면 절대 미안하단 말을 아끼면 안 된다. 사과의 말은 개선 노력과 함께 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하루에 두 번 이상 하거나 동일한 상황에 대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과는 도리어 상대의 화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 도와줄까?
이럴 땐 약 얼마 전 설 연휴. 남편이 아내인 강현숙 씨(32·2년 차)에게 다가와 말했다. “도와줄까.” 평소에도 이 말을 잘하는 남편이지만 특히 명절 때 그의 이 한마디는 ‘새내기 주부’ 강 씨의 피로와 긴장감을 시원하게 날려줬다. 도와주겠단 말을 할 때마다 손을 꼭 잡아주는 남편. 그럴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이 사람만큼은 내 편에 있을 거란 확신을 얻는다.
전문가가 봤을 땐… “스킨십 같이 하면 더 효과, 말하는 타이밍도 잘 잡아야”
일반적으로 여성은 관계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특히 보통 결혼 3년 차 때까진 남편이 자신과 평생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남자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이런 아내에게 남편이 다정한 말투로 해주는 “도와줄까”는 결혼 초기 여성의 불안감을 제거해주는 가장 바람직한 한마디다. 문제는 도와줄까란 말이 ‘내 일은 아니지만 호의를 베풀어 줄까’란 뜻으로 전달된다면 부부 관계를 최악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 가정에서 부부는 공동 책임자다. 가사 분담과 관련해 자주 얘기를 나누거나 명확한 기준도 세우지 않은 부부라면 도와줄까란 말이 더욱 화를 부른다. 도와줄까란 말은 보통 스킨십과 함께 할 때 진정성이 더 전달된다. 손을 잡아도 좋고, 뒤에서 살짝 안아줘도 좋다. 말을 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