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지난해 말에 차입금이 3000억 원이 넘었다. 그러나 계속 빚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비용의 40%는 광고로 충당한다.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은 공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수신료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수신료보다 광고료가 더 많다. 이것이 정상적이거나 합리적이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영방송 운영이 이렇게 광고에 의존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영국의 BBC는 KBS의 8.3배, 일본 NHK는 6.3배, 독일은 우리보다 무려 10.1배의 수신료를 받는다.
수신료보다 광고에 더 의존하다 보니 방송의 편성과 질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는 상업방송과 경쟁해야 하고 광고주의 입맛에 맞추어 방송해야 한다. 재미만 있으면 시청자와 청소년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로운 프로라도 황금시간대에 방송하고 수준 높은 교양프로는 한밤중으로 밀어낸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공영방송 제도를 둔 것인데 지금은 그 목적이 심하게 퇴색되고 있다. 국회가 수신료 인상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정치권력보다 돈의 힘이 방송의 공정성을 더 크게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정치권력은 주기적인 선거, 다양하고 수많은 언론기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방송이 편향적이 되는 것은 양쪽에 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돈의 힘은 감시하기가 심히 어렵고 감시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많지 않다. 독재정권에 의해 해직된 한 원로 언론인이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진 교수들 모임에서 “우리나라에는 국립 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를 해직한 정치권력보다 그 언론인의 양심을 더 괴롭힌 것이 돈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바로 그가 원했던 국립신문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국립신문이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물론 KBS에 요구할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50여 개국이 운영하고 있는 공영방송 제도를 우리가 아예 없애버리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정상적인 운영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의 수신료가 커피숍 커피 반 잔 값 정도란 게 말이 되는가.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