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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당진, 현대제철 온뒤 年17%씩 성장

입력 | 2014-02-18 03:00:00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기업이 바꿔 놓은 도시들




1980년대 중반 은행원으로 3년간 미국에서 근무했던 김영문 씨(69·경기 용인시)는 당시 소니와 샤프 같은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의 제품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언제 저런 기업을 가져 보나’ 하는 안타까움을 가졌다.

30여 년 뒤, 안타까움은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해외여행 때 외국인들에게 ‘내가 사는 곳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반(反)기업 정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의 기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 특히 기업 덕분에 도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본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팬이 된다.

1997년 1월 충남 당진군은 최대 위기에 몰렸다. 한보철강 부도로 지역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을 길이 사라졌다.

지금은 달라졌다. 2014년 1월 당진시(2012년 1월 시로 승격) 주민들은 경북 포항을 ‘경상도의 당진’ ‘당진 다음의 철강도시’라고 부른다. 2004년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당진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은 10년간(2002∼2011년) 연평균 17.2%로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2004년 7000개에 못 미쳤던 당진 내 기업 수는 10년 만에 1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인구도 12만 명에서 16만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현대제철이 연간생산 400만 t 규모의 3고로까지 완공하면서 당진의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철 당진시 지역경제과장은 “현대제철은 당진의 역사를 현대제철 입주 전과 후로 나누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광주의 또 다른 이름은 ‘기아의 도시’. 1968년 기아자동차(당시 아시아자동차공업)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광주 경제의 ‘원톱’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연간 48만 대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은 광주 제조업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부품업체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40%를 넘는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관계자는 “지난해 유통업계가 어려웠는데도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2012년 대비 2% 정도 성장한 것은 기아차의 연말 성과급 덕분”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도시에 새로운 문화도 심는다.

경남 거제시에는 ‘거제 이태원’으로 불리는 동네가 생겼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 외국인 마트와 음식점이 집중적으로 생긴 것. 이 동네 모습은 이태원과 비슷하다. 나아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떠올리게 한다.

거제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달라진 변화다.

이덕재 씨(59)는 “거제도 이제 국제도시가 됐다”며 “이국적인 거리는 주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연쇄살인사건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 배경이 됐던 경기 화성시는 ‘삼성문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9년 들어설 때부터 매년 5∼15회씩 뮤지컬, 콘서트, 체육회 등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화성 주부들 사이에 불고 있는 ‘호텔 바람’의 중심에도 삼성전자가 있다. 이 회사 관련 기업인들을 겨냥한 호텔 ‘신라 스테이’가 화성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지역에 없던 고급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자 화성 주부들이 이곳을 모임 장소로 선택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업이 들어오면 ‘경제 여건 개선→문화 수준 개선→삶의 질에 대한 기대감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창덕·강홍구 기자
최선호 인턴기자 경희대 영미어학부 4학년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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