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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지붕 10초만에 폭삭… 철골구조물에 깔려 아수라장

입력 | 2014-02-18 03:00:00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부산외대생들 참변




대학 입학의 기쁨을 누리는 첫 무대가 끔찍한 악몽의 현장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에 불과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에서 지붕 붕괴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17일 오후 9시 16분. 부산외국어대의 신입생 환영회 첫날 행사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앰프를 통해 나오는 음악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무대 쪽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이때만 해도 학생들은 사소한 시설사고로 여기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뭐야”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 순간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과 함께 앞쪽에서부터 지붕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에 불과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상당수 학생은 무너진 구조물의 틈을 이용해 탈출했다. 그러나 100명 가까운 학생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U’자 형태로 찌그러진 철골 구조물에 매몰됐다. 무너진 샌드위치 패널은 휴지 조각처럼 찢어졌고, 철골 기둥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재학생 김모 씨(25)는 “눈앞에서 구조물에 맞아 크게 다치는 모습을 봤다”며 “빠져나온 학생들도 대부분 울부짖는 등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까지 열흘가량 눈이 내리면서 리조트까지 가는 도로는 편도 1차로만 통행이 가능한 미끄러운 눈길로 변한 것. 철골 구조물을 치우기 위해서는 대형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실은 차량이 눈길에 막혀 한참 동안 가지 못하다 이날 밤 12시를 넘어서야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까지 붕괴 현장에는 구조물에 깔린 채 비명을 지르는 학생 2, 3명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8일 0시 30분경 바깥쪽에 있던 학생 6명이 차례로 구조됐고, 에어백에 공기를 주입해 철골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안쪽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을 완전히 구조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피를 흘리거나 정신을 잃을 경우 기온이 낮아지면서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북지역과 울산지역 소방구조대 200여 명이 구조에 나선 데 이어 해병 1사단, 육군 50사단 등 군 병력도 지원에 나섰다.

이번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경우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물의 안전점검 여부는 물론이고 이번 행사 개최를 둘러싼 책임 논란도 예상된다. 한 소방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건축물은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곤 한다”며 “특히 안에서 앰프소리를 크게 울릴 경우 눈 쌓인 천장에 진동을 줘서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재정 부족으로 인해 예년과 달리 열악한 곳에서 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직후 부산외국어대의 한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전까지는 학교에서 행사 비용을 지원해 좋은 시설에서 진행했고 교수들도 대부분 참여했다”며 “올해는 학교의 지원 없이 총학생회 (자체) 행사로 진행됐는데 아마 재정 문제 때문에 시설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주=정재락 raks@donga.com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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