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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없는 ‘클린 올림픽’ 좋지만 선수들은 괴로워

입력 | 2014-02-19 07:00:00


낮밤 없이 도핑테스트…2453회나 실시
경기력에 악영향 속출…심리적 위축도

소치동계올림픽 개막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클린(깨끗한) 올림픽’을 선언했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엄격한 도핑테스트를 진행하겠다는 의지였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당시 “도핑테스트를 경기 전 1269회, 경기 후 1184건을 시행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소변과 혈액 등 총 2453건을 검사하는데, 이는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이뤄진 2149회(양성 1명)보다 대폭 늘어난 숫자였다. 지난 주말까지 1799건이 시행됐고, 양성 반응 선수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피로를 전혀 고려치 않는 무차별적인 검사 방식에 대해 출전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날 오전 경기가 예정됐는데 전날 늦은 밤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관들이 선수촌 숙소를 방문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규정상 도핑테스트 시행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인데, 오스트리아 여자 스키 엘리자베스 고어글(33)은 경기 전날 밤 오후 10시55분 검사관들의 방문을 받았다. 밴쿠버 대회 동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메달 후보였던 고어글은 검사가 끝난 뒤 반나절 후 설원을 달렸고, 결국 1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무차별 조사에 고어글과 오스트리아 선수단이 강력한 항의를 했지만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또 감기약조차 복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일본 여자피겨 아사다 마오는 대회 초 피겨 단체전에 나섰다가 최근 아르메니아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따스한 소치의 날씨와 달리 아르메니아의 기후는 좋지 못해 자칫 약물 복용이 필요한 감기 몸살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현재까지는 ‘검은 메달’의 주인공은 없다.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동물 테스트를 통해 도핑테스트에 잡히지 않는 신종 근육강화제가 대회 직전 러시아에 등장했고, 이를 러시아 선수들이 복용한다는 루머가 일고 있어 대회 폐막까진 지켜봐야할 것 같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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