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날아간 쌍둥이 변호사
이아니나(왼쪽)-크리스티나 트로우치 쌍둥이 자매(러시아)가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하이 디맨드(입장권 수요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나 경기) 이벤트다. 입장권은 매진된 지 오래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암표도 구하기가 어렵다.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취재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은 각 나라 취재진도 입장권이 있어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쌍둥이 변호사 크리스티나-이아니나 트로우치 자매(30)는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할 방법을 찾아냈다. 김연아의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자원봉사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자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국제관세법 관련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소치 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뜨자 이들은 곧바로 지원서를 냈다. 조건은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일하겠다는 거였다. 회사에 휴가를 낸 뒤 지난달 27일부터 소치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경기장에서 만난 자매는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무척 들뜬 표정이었다. 언니 크리스티나 씨는 “김연아는 굉장히 우아한 선수다. 점프나 스핀을 하지 않고 그냥 빙판 위에 있는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동생 이아니나 씨도 “김연아는 수준이 다른 연기를 한다. 다른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퀸(Queen)’ 연아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믿기 힘든 광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