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양성호씨 살신성인에 애도 물결
해병대 시절의 양성호 씨. 부산일보 제공
부산외국어대와 유가족,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미얀마어과 학생회장인 4학년 양성호 씨(25)는 17일 사고 순간 체육관 안에 있다가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재빨리 탈출했다. 탈출 순간 양 씨는 주변의 신입생들에게 “뛰어!”라고 소리 지르며 대피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뒤 붕괴된 건물 잔해에 후배들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양 씨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양 씨는 후배들을 찾기 위해 건물 잔해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4차례 반복하다 다섯 번째 들어갔을 때 2차 붕괴가 일어났다. 양 씨는 무너져 내린 철골 구조물에 깔린 채 발견됐다.
양 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침례병원 장례식장에는 18일 양 씨의 의로운 죽음을 애도하는 선후배와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오전에는 사고현장에서 생존한 한 여학생이 울면서 빈소를 찾아와 “오빠야(양 씨)가 나를 구해서 살았다”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 하 씨는 꽃다운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을 뜬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흐느꼈다. 하 씨는 당초 “성호 형이 후배들을 구하고 있다”는 학생들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야 의식 없이 피투성이 상태인 아들을 발견했다. 10여 년간 119구급대에서 봉사를 한 하 씨는 아들이 구급차가 아니라 응급조치를 할 수 없는 경찰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안타까워했다. 하 씨는 아들이 이송된 지 1분 만에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척들은 “그냥 있었으면 될 것을 왜 다시 들어가서 변을 당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부산 남구청은 양 씨를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