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참사 부른 허약한 구조물
밤샘 구조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참사를 당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18일 새벽 119구조대원들이 철야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무너진 체육관 천장은 높이 10m에 ‘ㅅ’ 모양의 강철 H빔 7개가 6m 간격으로 골격을 이루고 그 위에 샌드위치 패널을 얹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번 참사는 지붕을 지지하는 강철 H빔 7개 중 일부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 현장에는 강철 H빔 여러 개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건축사들은 적설하중 계수보다는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지만 이번에 이 지역에 내린 폭설은 평년치를 훌쩍 넘어 예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리조트 측이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을 한 번도 치우지 않아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의 한 건축사는 “평소 눈이 거의 안 오는 지역에선 적설하중량을 적게 예상해 건물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상치 못한 폭설에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주경찰서는 체육관을 설계한 건축사 이모 씨와 체육관에 대해 구조안전확인서를 발급해준 대구의 한 시공업체 대표 박모 씨 등을 불러 건물 설계와 공사에 과실이 없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고 소식 이후 마음이 아파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설계와 공사 감리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고 지역이 고산지대라 눈이 쏟아진 데다 쌓인 눈이 잘 녹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행사 진행 업체 카메라 감독 최정운 씨(43)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를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참사 당시 체육관에 있던 문 3개 중 동쪽에 있는 정문만 열려 있고 북쪽 출입문은 잠겨 있어 일부 학생들은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기도 했다. 서쪽 비상구의 개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리엔테이션 행사 진행 업체 측은 진행요원 15명만 배치하고 별도의 안전요원은 두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업체 대표 신모 씨(28)와 리조트 총지배인 박모 씨(51) 등을 불러 업무상 과실 유무와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