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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외부개최 고집… 학교 재정지원-지도교수 없이 강행

입력 | 2014-02-19 03:00:00

부산외대 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




18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국어대 남산캠퍼스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놓여있는 영정. 행사 진행 중 함께 사망한 이벤트 회사 소속 최정운 씨(43)의 영정은 합동분향소에 없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는 학교 측과 총학생회 측의 갈등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학교 측은 우왕좌왕했다.

이번 행사는 학교와 총학이 공동으로 진행해오던 예전과는 달리 총학 단독으로 진행했다.

부산외국어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부산 남구 우암동에서 이달 새로 이전한 금정구 남산동 캠퍼스 시설을 이용해 27일부터 1박 2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총학 측은 외부 행사로 진행하자며 이를 거부했다. 학교 측은 총학의 완강한 입장에 행사를 허가할 수밖에 없었고 버스 25대 비용만 지원했다.

학교에서는 교학처장과 교직원 2명만 행사에 따라갔다. 학교와 총학생회가 공동 주관한 지난해 행사에는 대부분의 지도교수와 직원이 참여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행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총학 측은 신입생과 재학생을 2개조로 나눠 참가비를 모아 1박 2일 일정의 행사를 단독으로 강행했다. 신입생 1인당 6만5000원, 재학생은 3만 원의 참가비를 냈다.

총학생회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눈이 온 사실은 알고 있었고, 안전사고 위험도 검토했다. 공신력 있는 시설이라서 사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조금 더 철저하게 위험을 검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사고를 수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단독으로 외부 행사를 주최한 데 대해서는 “학생 입장에서는 무박보다 1박을 해서 친목을 도모하고 싶었다. 학교 건물에는 과방이 없어서 밖에서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갑자기 사고가 난 뒤 학교 측도 허둥댔다. 사망자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어느 병원에 누가, 몇 명이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합동분향소도 이날 오후 1시 반경에야 남산동 캠퍼스 만오기념관에 차려졌다.

사망자 고혜륜 씨(18·여)의 어머니는 “사고 5시간여 만인 18일 오전 2시경에야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며 “지인에게서 먼저 사고 소식을 접했는데 학교는 도대체 뭐했느냐.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는데 답사도 안 하고 행사를 강행한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부짖었다. 한 학부모는 “사고에 대해 학교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사고 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학교에서 아무 연락을 못 받았다. 뉴스 보고 애들한테 연락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외국어대는 17일 붕괴사고 당시 추가합격자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인터넷상의 논란에 대해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교육부의 학사 일정상 11∼19일은 의무적으로 추가합격자를 발표하는 기간이고, 11일부터 1차 추가합격자 발표에 이어 이날은 6차 합격자 56명에 대해 오후 8시 53분 개별 통보를 마쳤다. 절차에 따라 오후 10시에는 등록금 납부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는 의무사항이라는 게 학교 측의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사망자 발생에 따른 결원을 충원한다는 의미라며 근거 없는 악성 글을 퍼뜨렸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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