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
청춘스타 에이타는 ‘최고의 이혼’에서 ‘찌질이’ 미쓰오로 완벽히 변신한다. 일본 후지TV 홈페이지
여기에 또 다른 커플이 끼어든다. 미쓰오와 사귄 적이 있는 아카리(마키 요코)와 아카리의 남편 료(아야노 고)다. 남편의 바람기에 힘들어하는 아카리에게 미쓰오는 급격히 끌린다. 미쓰오와 유카는 결국 이혼을 하지만, 한번 맺어진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과연 최악의 결혼은 최고의 이혼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일본 드라마 중 최고를 물으면 주저 없이 꼽는 드라마, 바로 ‘최고의 이혼’이다. 마니아가 많은 데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시청률이 낮았는데도 방영 1년이 된 지난주 일본에서 스페셜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줄거리만 보면 흔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폐부를 찌르는 대사에 캐릭터는 살아 있고 동시대 일본의 자화상을 진하게 녹여냈다.
실제로도 대지진 직후 일본에선 젊은층의 결혼 건수가 늘었다고 한다. 독신에 만족하던 이들이 지진이라는 대재앙 앞에 안정감을 줄 동반자를 찾았다는 얘기다. 미쓰오가 유카와의 결혼에 의문을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 때문에 충동적으로 한 결혼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동시대의 사건을 끌어들인 것이다. 드라마는 초식남 미쓰오, 충동적인 유카, 바람을 피우는 료와 그런 그를 방치하는 아카리를 통해 결혼의, 나아가 인생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요즘 일본 애들’의 모습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스페셜 에피소드에는 이들이 1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담았다. 아이를 원하는 유카와 겁부터 내는 미쓰오의 좌충우돌을 볼 수 있다. “결혼은 기나긴 고문이에요. 하와이에 갔더니 매일 비가 내리고 동물원에 갔더니 동물들이 모두 자고 있는 거랑 같은 거예요” 같은 차진 대사를 씹는 맛도 쏠쏠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