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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문외한이지만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의 성능이 좋아진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빨리 멈출 수 없다면 빨리 달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브레이크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껏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겐 너무 생생하게 아픈 경우를 경험한다. 아주 오래 전 남편 회사의 체육대회에서였다. 갑자기 부인들의 달리기 경기를 하겠다면서 빨리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재촉을 했다. 한때 나는 달리기라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운동을 해보지 않은 지가 20년도 더 됐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의 삶에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공존한다. 액셀러레이터가 의욕이라면 브레이크는 절제일 것이다. 절제 없는 의욕은 과욕이 되어 결국 나를 넘어뜨리고 만다. 운전 중에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사고가 나듯이 삶의 속도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날은 유난히 차가 없어 길이 뻥 뚫려 있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앞길이 시원하게 펼쳐질 때 오히려 나는 조심스러워진다. 자동차들이 붐빌 때는 행여 사고가 난다고 해도 미미한 접촉사고에 불과하지만 과속하다가 일어나는 사고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너무 잘나갈 때, 앞길이 훤해서 거침없이 달릴 때가 겸손과 절제라는 브레이크가 필요한 때이다. 날마다 사고가 없는 날이 없는 교통사고 전광판을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도 나는 무리하게 질주하지 않았는지 내 삶의 속도를 점검해본다. 좋은 운전이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듯이 사는 것도 그러한 것 같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