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부조리-방송 독과점 철폐 등… 朴대통령, 업무보고때 지시 잇따라관련 수석실 보고 안한 내용도 언급… 성과 미흡한 부처에 “경고” 해석도
박 대통령은 13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를 언급하며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안 선수가 이틀 후 금메달을 따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여론의 강한 질타로 이어졌다. 문체부와 감사원도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다. ‘체육계 부조리’ 발언은 참모들의 의견이 아닌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관련 대통령수석비서관실과 사전 의견 교환 없이 핵심 의제를 공개적으로 던지면서 참모들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 발언들은 업무보고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을 만큼 폭발력이 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론의 보도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고 외부의 여론을 청취한 뒤 직접 이슈를 선별하는 것 같다”며 “본인의 소신과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특유의 정무감각이 맞아떨어진 발언”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의 성과가 미흡한 데 대한 일종의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체육계 비리는 취임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표 사례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뒤 수차례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격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박종길 전 문체부 제2차관이 물러난 뒤 인사위원회는 후임 인사로 언론계 출신을 후보로 추천했으나 박 대통령이 체육계 인사(김종 차관)를 선택한 것도 체육계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문체부가 체육단체 특별감사 결과 및 대책을 발표했지만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새해 들어 “진도개 정신이 필요하다” “사자나 호랑이가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한다”는 등 연일 쏟아내는 비유법도 본인이 직접 선택한 표현들이다. 본인 스스로 쉬운 비유로 설명함으로써 각 부처도 정책을 홍보함에 있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지시가 업무의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