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 <1>군사도시를 경제도시로 바꾼 LG디스플레이
LG따라 생긴 상가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주변에는 노래방과 안경점,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문산읍은 파주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대부분 토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탓에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인구가 2만6000여 명에 불과했다. 이곳이 달라진 건 2004년 LG디스플레이가 문산읍 인근 월롱면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뒤부터다. 문산읍 당동리와 선유리에도 LG디스플레이 협력사들의 공장이 들어섰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거주지를 찾아 문산읍에 들어오면서 2000년대 후반 아파트 단지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이어 대형마트와 종합병원도 들어섰다. 문산읍은 현재 4만8000여 명이 살고 있는 파주 북부의 중심 상업지역으로 변신했다.
○ LG로(路) 옆 공단 간판… “파주는 경제다”
2003년 2월 LG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건설하려고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까지 공장 터를 찾았다. 당시 정부가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파주로 공장 터를 낙점했다. 이 회사는 착공한 지 2년 만인 2006년 초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40여 채가 살던 월롱면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28배 규모(168만 m²·약 51만 평)인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이 들어선 것이다. 인근 협력업체 단지를 포함하면 파주에는 446만 m²(약 135만 평)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집적단지(클러스터)가 조성됐다.
○ 아이 울음소리 늘어난 파주
평균연령 30세의 LG디스플레이 직원과 그 가족들이 파주로 오면서 도시 자체가 젊어졌다. 2000년대 초반 연간 2200명 남짓이었던 신생아는 지난해 4002명으로 늘었다. 접경지역 10개 시군 중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5곳이나 되지만 파주에는 4곳의 산부인과가 있다. 어린이집도 2006년 321곳이었지만 지난해 537곳으로 200곳 이상 늘어났다.
공단이 생기고 난 뒤 파주시에는 대학이 2곳이나 생겼다. 2008년 문을 연 두원공대와 지난해 문을 연 서영대 파주캠퍼스는 모두 LG디스플레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두 대학은 각각 경기 안성시와 광주에 본교를 두고 파주에 제2캠퍼스를 만든 것이다.
두원공대에는 디스플레이전자, 반도체전자, LCD장비 등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과 관련된 학과가 설치돼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고졸 사원을 대상으로 두원공대에서 사내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윤주영 파주시 산업단지팀장은 “지방 대학들은 취업률이 가장 고민인데 산업단지 주변에 있으면 산학협력도 수월하고 취업률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전용 투자지구인 당동단지에는 LG디스플레이에 LCD 유리원판을 납품하는 일본 기업 NEG(일본전기초자) 이데미쓰고산 등 5개 업체와 대만, 영국 회사가 입주했다. 당동단지 앞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은미 씨(30·여)는 “어릴 때는 군인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파주=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