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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쌓인 지붕밑 앰프 진동… 공진현상도 사고원인 가능성”

입력 | 2014-02-20 03:00:00

[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




체육관 붕괴前 공연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 모습. 무대 위에 드럼과 기타 등으로 구성된 밴드가 올라가 신입생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채널A 제공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된 원인으로 예기치 못한 폭설과 부실시공이 지목되는 가운데 ‘공진(共振) 현상’도 체육관 지붕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진은 외부의 진동수가 물체의 진동수와 일치해 진동이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모든 물체는 고유 진동수를 갖고 있는데, 이 진동수와 맞는 전파나 파동을 흡수하면 힘이 커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체육관이 붕괴된 17일 오후 9시 5분. 당시 체육관 안에선 무대에서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경품 추첨을 하고 있었다. 부산외국어대 신입생들은 경품 당첨자가 발표될 때마다 함성을 질렀다. 앰프는 최고조로 켜져 있었고, 앞서 열린 재학생 응원단의 공연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출신인 가수 김지수의 공연에 분위기도 달아올라 있었다. 한창 함성을 지르던 중 갑자기 굉음이 나며 무대 쪽 천장부터 주저앉은 것. 당시 체육관에 있었던 한 학생은 “경품 추첨을 하는 터라 기대감에 다들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천장에서 갑자기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무대 쪽 천장부터 무너진 점을 감안할 때 공진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와 박수·함성 소리가 진동을 만들어 지붕이 그 진동에 맞춰 들썩거리는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붕의 주파수와 앰프·함성이 만들어낸 주파수가 같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지붕이 들썩거리는 진폭(움직임)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평소보다 많이 내린 눈도 변수로 작용했다. 연면적 1205m²짜리 체육관 지붕 위에 최대 80cm(추정치)의 눈이 쌓여 약 200t 가까운 무게가 건물을 짓누르고 있었다. 눈에서 압력을 받고 있던 지붕에 지속적으로 자극(진동)이 전달되자 견딜 수 있는 한계가 한순간 무너졌으리란 추측이다. 정 교수는 “공진 현상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물체가 구부러지거나 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체육관 지붕의 기울기가 9도 정도로 낮은 점도 공진 현상으로 인한 구부러짐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공진은 소리로 유리잔을 깨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리잔에서 나오는 진동(음의 높낮이)과 일정 음이 같을 때 그 소리가 크고 지속적으로 들리면 유리잔이 떨리다 결국 저절로 깨지는 현상이 공진의 힘이다.

공진 현상으로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 7월 서울 광진구에 있는 39층짜리 테크노마트 건물이 흔들려 화제가 됐다. 당시 건물 20층 이상에서 상하로 흔들리는 현상이 느껴져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이틀간 건물을 비운 채 전면 안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연구 결과 나타난 흔들림의 원인은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실시한 태보(태권도·복싱·에어로빅을 합친 운동) 강습으로 지목됐다. 20여 명의 회원이 동시에 발을 구르며 태보를 할 때 나오는 2.7Hz(1초에 2.7번 진동)의 진동수가 테크노마트 건물의 진동수와 맞아떨어져 건물이 흔들리는 공진 현상을 일으킨 것.

2004년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한 나이트클럽 지붕이 무너져 6명이 사망하고 11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700∼800여 명의 사람들이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사이 발생한 진동이 공진으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체육관의 정확한 붕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체육관을 설계한 건축사와 시공업체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 한국강구조학회 등에 의뢰해 정밀감식도 벌이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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