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워크맨,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폭스바겐 비틀… 이런 제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큰 인기를 끌며 해당 분야 제품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는 점, 그리고
해당 제품의 디자인과 특성을 극명하게 반영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름이라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제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작년 국내 PC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LG전자의 ‘탭북’이다. 탭북은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이른바 2 in 1(투인원, 혹은 컨버터블)
형식의 PC다. 사실 작년에는 LG전자의 탭북 외에도 삼성전자의 아티브탭, 소니의 바이오 듀오, 레노버의 요가등 다양한 2 in 1 제품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소비자들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제품은 역시 LG 탭북이었다.
특히 ‘접으면 탭~ 누르면 북~ LG 탭북~’이라는
광고문구만으로 제품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고, 이 때문인지 상당수 소비자들은 LG전자뿐 아니라 타사의 2 in 1 제품까지 ‘탭북’이라고 칭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최근 포탈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삼성 탭북이랑 소니 탭북 중에 뭐가 더 좋아요?’라는 식의 질문이 올라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여세를 몰아 LG전자는
2014년형 탭북(11T740 시리즈, 일명 탭북2)’를 새로 출시했다.
신형 탭북은 전작의 장점인 자연스런 변형구조를 이어받은 한편, 기능과 휴대성은 한층
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탭북 중 가장 상위 모델인 11T740-GH50K를
통해 새로 태어난 탭북의 면모를 살펴보자.
기본 형태는 그대로, 휴대성과
부가기능 개선에 초점
제품의 외형만 언뜻 봐선 전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전작의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무리해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 하다. 대신 휴대성은 더 좋아졌다. 신형 탭북의 두께는 16.7mm, 무게는 1.05kg으로 전작 대비 두께는 3mm, 무게는 0.2kg 감소했다.
비슷한 화면 크기(11.6 인치)의 일반 노트북이
대략 1.3kg 정도 무게를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휴대성 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다.
화면을 접은 태블릿 모드 상태에서 본체 좌측의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화면이 솟아오르며 노트북 모드로 변신하는 ‘오토슬라이딩’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은 전작과 같다. 소니의 바이오 듀오도 유사한 형태의 변형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소니 제품의 경우는 버튼을 누른 후 손으로 밀어 올려줘야 한다. 자동
기능 좋아하고 성질 급한 한국인 입장에선 역시 신형 탭북 쪽이 좀더 편리할 것이다.
그리고 화면으로 키보드 부분을 덮어주면 태블릿 모드가 된다. 화면을 안쪽으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쪽 부분을 그대로 지긋이 눌러주는 느낌으로 닫는다. 화면과 키보드 부분을 연결하는 경첩의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럽기 때문에 본체 바닥을 잡을 필요 없이 한 손으로만
태블릿-노트북 모드의 변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전작과 달리 화면이 접힌 대기모드나 절전모드 상태(전원이 완전히 꺼진 상태는 제외)에서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올라오는 동시에 화면도 켜지는 ‘슬라이딩
온’ 기능도 추가되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히 편리했다.
다만, 화면을 닫았을 때 키보드와
화면 사이에 1~2mm 정도의 틈이 생겨 화면부가 조금씩 덜컥거리는 편이다. 물론 사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경첩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약간의 유격을 둔 것 같다. 그리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노트북 모드에서는
화면의 각도가 45도 정도로만 고정되어 조절을 할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제품의 최대 장점인 변형 구조를 원활히 구현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민감한 사용자라면 약간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
키보드 배치에
익숙해질 필요키보드 부분을 살펴보면 일반 노트북과 달리 키보드 하단의 팜레스트가 아예
없고 이 때문에 터치패드도 갖추고 있지 않다. 터치패드가 없어도 터치스크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크게
불편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를 아쉬워할 사용자는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신형 탭북에는 가장 터치패드
기능을 제공한다. 키보드 우측 상단에 있는 단축키를 누르면 화면에 가상 터치패드가 뜨므로 이를 직접
터치해 일반 터치패드와 유사한 감각으로 쓸 수 있다.
키보드를 이용해보면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키 배치가 일반 키보드에 비해
약간 단순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1~F12 키가 숫자키와 일체화되어 있는 것(Fn키와 함께 누르는 것으로 선택 입력가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덕분에 작은 본체에 비해 각 키의 면적은 일반 키보드와 다름 없이 넓은 편이다.
그리고 제품 두께가 얇은 슬림형 노트북 중 상당수는 키가 눌리는 깊이가
너무 얕아서 거의 전자계산기 두드리는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신형 탭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평균적인
노트북 수준은 된다. 다만, 오른쪽 시프트(Shift)키가 다소 작은 편이라 익숙해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전작
대비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만족도 높은
풀HD IPS 화면, '리더 모드'도 눈길
디스플레이의 품질은 확실히 발전했다. 화면의
크기는 11.6인치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해상도(화소)가 1,366 x 768에서
1,920 x 1,080의 풀HD급으로 크게 향상되어 훨씬
정밀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11인치급 화면에서 풀HD급 해상도 모드를 쓰면 글자나 아이콘의
크기가 너무 작아져서 보기 불편할 수 있는데, 이 때는 해상도를 높여도 이미지 크기를 줄이지 않고 정밀도만
향상시켜 보여주는 기능을 갖춘 윈도8.1 운영체제를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4년 2월 현재 기준으로 신형 탭북은 윈도8이 설치되어 출고되는데, 윈도8에 탑재된 윈도 스토어를 통해 곧장 윈도8,1로 무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아직 윈도8.1이 일부 웹 호환성(금융 결제 등)이 완벽하지 않아 윈도8을 탑재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인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신형 탭북에 적용된 LCD는
LG전자 제품의 모바일 기기에 널리 탑재되는 IPS 패널로, 색감이 우수하고 특히 시야각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신형 탭북 역시
시야각이 우수해 옆이나 위아래 방향에서 봐도 색감이나 밝기의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신형 탭북은 전자책을 자주 보는 사용자를 위해 눈의 부담을 줄이는
리더(Reader) 모드를 탑재했다. 우측면에 있는 단축
버튼을 누르면 곧장 리더 모드가 실행된다, 이 상태에선 화면 전반의 색감이 옅어지고 특히 푸른 기운이
크게 줄어들면서 흰색 이미지가 약간 노랗게 변해 마치 종이 책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색감을 좋아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전자책을 읽지 않더라도 애용할 만하다.
각종 포트는
후면에 집중 배치
각종 포트는 측면이 아닌 후면에 주로 모여있어 주변기기를 깔끔하게 연결할
수 있다. 일반 노트북에 비해 포트의 수가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작은 본체를 극복하려고
노력은 했다. 표준 규격의 USB 포트는 2개 달려있는데, 최신 규격인 3.0을
지원하므로 USB 3.0 규격의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를
꽂으면 기존의 USB 2.0 대비 3~5배 정도 빠르게 파일을
복사할 수 있다.
그리고 HDTV나 신형 모니터와
연결할 때 주로 쓰는 HDMI 포트도 1개 달려있다. 요즘 나오는 슬림형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공간 문제 때문에 주로 마이크로 HDMI
포트를 탑재하는 반면, 신형 탭북의 HDMI 포트는
표준 규격을 갖추고 있어 변환 케이블이나 젠더 없이 일반 HDMI 케이블을 꽂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다만 아날로그 모니터나 구형 프로젝터와 연결할 때 주로 쓰는 D-Sub(VGA) 포트는 없으니 이런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라면 구매 전에 참고하자.
유선 랜 포트의 경우, 기본
탑재는 되어 있지 않지만 후면에 1개 있는 마이크로 USB 포트를
이용, 이를 유선랜 포트로 변환해 쓸 수 있는 젠더를 본체와 함께 제공한다. 젠더를 가지고 다니려면 조금 귀찮긴 하지만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단 낫고,
요즘은 무선 랜이 대중화되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사실 요즘 나오는 슬림형 노트북 중에는
이런 제품이 상당히 많다.
효율성을 강화한
내부 사양. 신형 부품도 다수
내부 사양 면에서도 전작 대비 발전이 있었다. 리뷰에 사용한 11T740-GH50K 모델의 경우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4세대 코어 i5-4200U(코드명 하스웰)을 탑재했는데, 이는 기존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아이비브릿지)에 비해 전력 효율 및
내장 그래픽 성능이 향상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스템 메모리(RAM)
용량은 4GB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대신 읽기와 쓰기 속도가 빠른 SSD(128GB)를 탑재해서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이라면 이른바 기가 와이파이라고 부르는 802.11ac 규격의 무선 랜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150~300Mbps 정도의 통신 속도를 내는 기존
802.11n 무선 랜에 비해 한층 빠른 통신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무선공유기인 디링크
DIR-850L에 신형 탭북을 접속하니 최대 866.7Mbps의 속도로 무선 접속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물론 802.11n 규격의 기존 공유기와도 호환이 되지만, 이 경우엔 당연히 802.11n 수준의 성능만 낸다. 향후 공유기를 살 일이 있다면 참고하자.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
참고로 신형 탭북에 탑재된 4세대
코어 i5-4200U 프로세서와 인텔 HD 4400 내장
그래픽은 사실 게임 성능 보다는 전력 효율성 및 동영상, 그리고 사무용 콘텐츠 구동 능력을 강조한 모델이다. 하지만 최신 노트북을 사는 소비자라면 어느 정도 게임도 구동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구동하며 성능을 테스트 해 봤다. 화면 해상도를 1,920 x 1,080, 그래픽 품질은 모두 '중간'으로 맞췄다.
‘소환사의 협곡’ 맵에서 20여
분 정도 플레이를 해보니 캐릭터가 많이 나오고 각종 스킬이 시연되는 장면에서는 평균 초당 30프레임
정도, 캐릭터가 적은 장면에서는 40프레임 정도를 유지하며
나름 무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LOL이 그다지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이 정도의 캐주얼 게임이라면 신형 탭북에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배틀필드4’ 같은 게임을 하려면 당연히 신형 탭북이 아닌 데스크탑
PC를 사야 할 것이다.
열 배출 구조 우수한 편
게임을 장시간 구동해 보니 내부의 열 때문에 냉각팬이 제법 거세게 돌아간다.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키보드와 화면을 잇는 경첩 부분과 바닥 부분의 온도는 섭씨 40도에 육박, 상당히 뜨거웠다. 하지만
사용자의 손이 직접 닫는 키보드 부분의 온도는 섭씨 28도 정도에 불과해 열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열 배출 구조가 상당히 우수한 편에 속한다.
노트북 모드가 아닌 태블릿 모드로 쓸 때는 아무래도 바닥 부분의 온도가
다소 거슬릴 수 있는데. 이 역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태블릿 모드에서 LOL 같은 게임을 구동해서 심한 열을 발생시킬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게임을 하고 싶어도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가 불가능 하다.
동영상 6시간 연속 구동 가능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신형 탭북에 탑재된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전력 효율이다. 시중에
팔리는 노트북 중에는 제조사 측에서 6~8시간 동안 배터리가 유지된다고 광고한 제품을 실제로 써보면
3~4시간, 심지어는 2시간
남짓만 버티는 경우도 많다. 일부 제조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과장하기 위해 화면 밝기나 프로세서 속도를
낮춘 절전모드로 구동하거나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기할 수 있는 시간만을 측정해 발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형 탭북의 경우, LG전자에서는
최대 8시간 30분, 동영상
구동을 할 때는 6시간 30분 동안 배터리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제조사의 발표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배터리 유지 시간을 측정해봤다. 초기 설정 상태에서 다른 조작을 하지 않고 HD급 동영상을 연속으로
구동해보니 약 6시간을 구동한 뒤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쓸만하다.
'2세대'의 원초적인 매력
필자가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들을 추억해보자면 1탄이나 3탄 보다는 2탄이
더 재미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2탄은 1탄에서 세부적인 시스템이나 그래픽에만 개량을 가해 나온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생각 이상으로 큰 즐거움을 주곤 했다. 다만 3탄의 경우, 혁신을 한답시고 대대적으로 게임의 기본 구조를 뜯어고치다가 전작보다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LG전자의 신형 탭북도 비슷한 경우 같다. 사실 신형 탭북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휴대성이나 전력 효율을 개선하고 몇 가지 부가기능을 추가 함으로서
한층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거듭났다. 내년 즈음에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2015년형 탭북이 나온다 해도 일각에선 '2014년형 탭북이 더 나았다'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변화가 2세대 제품만이 가질 수 있는 원초적인 매력이다.
제품의 출고가는 코어 i5 CPU를 탑재한 최상위급 모델(11T740-GH50K) 기준 163만 원으로 전작(159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2014년 2월 현재 오픈마켓 시세는 120~130만 원 근처로 형성되어있다. 유사한 사양의 경쟁사 모델과 가격대는 비슷하니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탭북이라는 이름값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지가 관심사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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